향기나는 사람들-교포3세 고향집 찾기 휴일 반납하고 길안내

입력 2000-03-28 14:27:00

친정 어머니가 일본에 다녀오면서 비행기 옆좌석에 동행한 일본인 부부 관광객을 우연히 알게됐다. 남편은 일본인이었고 아내는 한국 교포 3세로 농아였다. 그 부부는 아내의 조상들이 살았다는 고향 집을 찾아보고 싶어 주소 하나 달랑 들고 한국을 방문했던 것이다. 그들이 친정어머니께 한국 관광 안내를 부탁했고 어머니는 내게 자동차 운전도 할 겸 동행을 청하셨다.

일본인 관광객의 조상들이 살았던 곳은 경남 창녕군 남지였는데 개발이 많이 진행돼 주소만으로는 옛 집터를 찾을 수 없었다. 한참 헤맨 후 휴일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남지 읍사무소를 찾았는데 예상밖에 다섯 명의 직원이 근무중이었다. 불쑥 주소를 내밀고 이 번지를 찾고 싶다고 했더니 홍수로 집이 쓸려 나간 후 정확한 측량없이 집을 지은 지역이라 제 위치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고향을 느끼고 싶어 일본에서 찾아왔다는 말에 직원이 선뜻 지도를 들고 나섰다. 그는 한참동안 골목을 일일이 살펴 집터를 힘들게 찾았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무척 기뻐하면서 여기 저기에서 사진을 찍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이라며 고맙다는 인사를 몇번씩 했다. 대구로 돌아오는 내내 두 사람이 감격해하는 모습에 내 마음도 흐뭇했다.

휴일임에도 성심껏 안내해 준 남지 읍사무소 공무원들의 대민 서비스 정신에 감사함을 지면으로 전한다.

이현옥(대구시 동구 효목 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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