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남장 여자, 에이즈에 걸린 수녀….
아카데미의 '금기' 사항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몇 가지 '작은 이변'을 낳았다.
우선 힐러리 스웽크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올해 아카데미상의 최대 '이변'으로 손꼽힌다.
그녀가 출연한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남자로 살다 죽은 소녀의 얘기. 지난 93년 미국 네브래스카에서 남자 행세를 하다 여자임이 드러나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티나 브랜든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동성애와 남장여자라는 것도 문제지만 성에 대한 편견, 혐오와 분노, 야만적인 테러 등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품목과는 거리가 먼 부정적인 요소로 가득한 영화다.
얼굴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인 여배우에게 최고의 영예인 여우주연상을 수여한 것과 그동안 독립영화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던 아카데미의 관행을 깬 것도 이변으로 회자되고 있다.
또 '스페인의 악동'으로 불리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도 눈에 띈다. 모성의 위대함을 그린 이 영화도 동성애, 에이즈에 걸린 수녀 등 '반(反) 아카데미'적 소재들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그러나 시상 결과를 볼 때 백인, 남자, 중류층의 삶에 관심을 쏟던 아카데미의 보수적인 성격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억울하게 살인누명을 슨 권투 선수 루빈 카터역을 열연한 '허리케인 카터'(The Hurricane)의 덴젤 워싱턴(45)이 남우주연상에서 '탈락'한 것이 대표적인 예. 덴젤 워싱턴은 지난 1964년 시드니 포아티에에 이어 37년만에 두 번째 흑인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되느냐 관심을 모았으나 흑인에게 인색한 아카데미의 '벽'을 깨지는 못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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