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 항만개발 '무분별'

입력 2000-03-27 14:45:00

울릉도 최고의 관광명물로 꼽히는 남양마을 앞 조약돌 해안이 울릉군의 무분별한 항만개발 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남양마을 해안은 길이 1km에 이르는 긴 조약돌 해안으로 남양마을의 많은 전설과 함께 관광객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 수심도 완만해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게다가 희귀 수중산호 등 해저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어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남양마을에 항만개발 분위기가 나돈 것은 지난 97년 울릉군이 정부에 건의, 남양마을 앞 포구를 3종항으로 항종변경을 받으면서부터. 3종항은 울릉군이나 경북도에서 관리하는 2종항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큰 해양수산부 관할 항구. 따라서 항만개발이 실현될 경우 조약돌 해안, 해수욕장, 해저 생태계 등이 한꺼번에 모습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울릉군은 지난해 7월부터 현장조사에 착수,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으며 평가가 끝나는 오는 6월 이후 방파제와 물량장 시설공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울릉지역 해양·환경단체와 남양마을 상당수 주민들은 환경보존은 물론 울릉지역 전체 항만 현실을 외면한 무분별한 개발추진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 관계자들은 "남양마을과 차량으로 5분거리에 공사비 3천524억원, 15만7천여평 규모의 울릉신항만 조성공사가 추진중인데 또다시 남양항을 신설하는 것은 총어선 400여척인 울릉도 어업규모에 비해 항구만 키우는 기형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남양마을의 어선이 12척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형선 2척은 포항 항구에서 연중 조업을 하고 있는데 공사비 649억원 규모의 대형 항만을 건설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는 비난이 높다.

주민들은 "과거에는 항만의 필요성이 있었으나 어업이 쇠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관광지로 보존·개발하는 것이 울릉도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현명한 처사"라는 여론이다.

울릉·許營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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