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인터넷 세상에 선 40대

입력 2000-03-22 15:12:00

'도대체 뭐야! 어디서 이런 낮도깨비같은 것이 불쑥 나와 사람을 쥐잡듯 잡는 건가' 인터넷 넷스케이프, 익스플로러, FTP….

대구시내 중견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김영수(47)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내에서 능력있는 사람, 성실한 직장인으로 꼽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름도 모를 낯선 땅, 인터넷 세상에 버려진 자신을 발견하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신문, 방송은 물론이고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세상은 온통 인터넷 색깔 도배질이 한창이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를 지껄이며 낄낄거리는 회사의 후배들이나 컴퓨터 게임 전리품을 약탈당했다고 한 시간이 넘도록 통곡을 해대는 아홉살짜리 아들이 생판 남처럼 느껴진다.

걸핏하면 E-메일로 문서를 보내겠다는 거래 업체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바쁜 후배들 붙들고 E-메일 좀 확인해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이제는 눈치가 보인다. 후배들이 대놓고 불만을 늘어놓지는 않지만 얼굴엔 '그 정도는 좀 알아서 하시지'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용기를 내 배워보자니 도무지 자신이 없고 정년 퇴임을 눈앞에 둔 선배들처럼 이대로, 오기로 버티자니 두눈을 가린 채 벼랑으로 내몰리는 심정이다.

"인터넷이 세상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아주 죽을 지경이다" 텔레비전에 인터넷 광고가 나올 때마다 김영수 씨가 저도 모르게 내뱉는 말이다. 초보자용 인터넷 책한권 허리에 끼고 남몰래 컴퓨터 학원을 찾는 김영수씨의 뒷 모습에 불안과 서글픔이 그림자처럼 따른다. 아직은 인터넷 점령군에게 속절없이 밀리는 40대, 그러나 그들은 분명 반격을 꿈꾸는 노련한 싸움꾼들이다.

曺斗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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