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만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

입력 2000-03-20 14:37:00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후보가 선출, 51년간에 걸친 국민당 장기집권의 막이 내렸다. 타이완 국민들이 중국의 끈질기고 노골적인 무력행사 위협에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한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천수이볜 후보가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당선된 것은 여당인 국민당내 분열로 선거전이 3파전 양상이 되어 어부지리를 얻은데다 대만 독립주의자인 천 후보가 당선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중국의 강성 발언에 대만 국민들이 반발한데 원인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천 후보 당선의 결정적 계기는 반세기에 걸친 장기집권의 결과 정경유착의 고리속에 안주하고 있는 국민당에 대한 누적된 염증이 그대로 이번 투표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난 97년 우리나라가 정권교체를 이룩했고 타이완이 이번에 또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한 것은 아시아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임은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천 후보의 당선이 모든 면에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대만 독립을 강력히 주장해온 천 후보의 당선은 중국과의 양안(兩岸)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천 당선자는 당선직후 중국과의 양안(兩岸)관계의 우호적 해결을 강조, 대만 분리독립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고 중국측도 당초의 '전쟁 불사' 입장에서 천 당선자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겠다고 일단 여유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천 당선자는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통일방안을 거부하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 문제가 동북아 안정의 걸림돌이 될뿐 아니라 세계 평화의 화약고가 될 수 있음을 지적지 않을수 없다. 양안관계가 긴장될 경우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햇볕정책도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인 만큼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천 당선자는 리덩후이 총통이 지난번에 54%의 특표율로 당선된데 비해 39.3%의 낮은 득표율로 당선된 만큼 앞으로 국내적으로 어떻게 타이완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도 걱정스럽다. 이미 타이완 곳곳에서 폭력사태가 확산되고 있고 경제전문가들은 주가가 15%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당선자는 국내적으로 과감한 정치개혁을 단행, 민심을 결집하는 한편 중국과 평화공존의 기틀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천 당선자의 당선을 계기로 92년 단교이후 침체돼 있는 양국 관계 정상화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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