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신라의 향기 오늘의 문화로 재창조

입력 2000-03-18 14:07:00

봄기운이 완연한 남쪽 길을 따라 시간 반을 가니 경남 밀양. 다시 차 머리를 돌려 창녕쪽으로 4-5㎞. 밀양연극촌이 소담스레 반긴다. 말이 연극촌이지 폐교를 개조한 것이라 표지판이 없었더라면 그냥 지나치기 일쑤겠다.

오는 9월 열리는 경주문화엑스포 주제공연 뮤지컬 '도솔가-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작,연출 이윤택)의 연습 현장. 밀양으로 '잠입'한 '문화게릴라' 이윤택(51.연희단거리패 대표)씨의 새로운 '음모'가 예사롭지 않은 현장이다.

'동서양 문화의 충돌과 공존'. 언뜻 상투적인 냄새가 풍긴다. 워낙 많은 공연과 전시들이 써먹었던 '단골 카피'. 이씨는 "불후의 명작 '도솔가'를 지어 난세를 구하고 현실을 유랑한 신라의 월명이란 인물이 위대한 동양의 짜라투스트라 일 수 있다는 단서에서 이 작품이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누이동생을 찾아 세속으로 내려온 짜라가 독재와 부패, 절망에서 무리를 이끌고 황야로 떠나 새로운 세상을 맞는다는 줄거리.

'오구''일식''바보각시' 등 전통과 현실감을 절묘하게 엮어온 이윤택의 '브랜드'를 가장 잘 살린 것이 동서양의 소리와 춤이 어우러지는 표현 양식이다. 정가, 영가, 범패 등 우리의 전통 음악을 현대의 락, 테크노, 발라드, 소울, 라틴 재즈, 메탈에 녹아 넣어 전혀 새로운 형식의 음악들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날 맛 보여준 음악들은 귀에 익은 듯, 낯 선 듯 아주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4박 비트의 테크노가 10박의 터벌림으로 갔다가 다시 빠른 10박의 엇중모리로 휘감더니, 폭포수 같은 메탈로 마감하는, 전혀 색다른 맛을 주었다. 춤도 선무도의 품세에 힙합과 테크노를 엮어, 완급의 흐름이 색달랐다.

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2시간 여의 리허설. 연습에 돌입한 지 1개월 밖에 안됐는데도 벌써 제 틀을 갖추고 있었다. 상투적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우려도 어느 정도 가시었다.

'도솔가…'에는 대구.경북에서 캐스팅된 6명을 비롯, 30여명의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주인공 짜라역에는 제1대 뮤지컬 대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박철호, 누이역에는 이정화, 광대역에는 연희단거리패의 간판 배우 정동숙이 캐스팅됐다.

제작비는 5억 8천만원. 오는 7월 서울 LG극장 개관 기념으로 먼저 무대에 올리고, 8월에는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작품을 위해 만든 '댄스시어터그룹 짜라'의 콘서트를 열어 분위기를 고조시킬 계획. 9월 1일 경주 문화 엑스포 공연 이후에는 전국을 돌며 공연할 계획이다. 또 오는 5월말에는 음악과 극중 대사를 시(24편)로 풀어내 함께 묶은 CD와 시집도 발간할 예정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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