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대만 국민은 장개석 총통이 세운 국민당의 50년 장기집권을 버릴 것인가? 또 본토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될 것인가? 내일의 총통 선거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선거를 하루 앞둔 지금은 일단 천수이볜(陳水扁)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진영에서는 당선 후 누구를 행정원장(총리)에 앉힐지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을 정도. 중앙연구원 리위엔저(李遠哲) 원장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이쯤되면 선거 결과는 뻔하리라 추측할 법하다.
하지만 대만선거에는 '치빠오(棄保)현상'이 있다. 막판 판도가 결정된듯 보이는 상황에서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선호와 상관 없이 가장 덜 싫어하는 후보쪽으로 표를 몰아주는 것이 그것이다.
치빠오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현장은 타이페이 시장 선거. 저지난번에 대륙 출신 신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만 출신인 리덩후이(李登輝) 등 국민당쪽에서 민진당 후보인 천수이볜을 밀어서 당선시켰다. 지난 선거에서는 신당 쪽에서 민진당 후보인 천수이볜을 떨어뜨리기 위해 막판에 국민당 마잉지우(馬英九)를 밀어 당선시켰다.
이번 총통 선거에서는 리덩후이 주변 인물들이 급진개혁 야당인 천수이볜을 지지하고, 타이페이 시장, 입법위원 같은 집권당 중요 인물들이 무소속 쑹추위(宋楚瑜) 옹호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말하자면, 집권 국민당의 롄잔(連戰)이 '버리는 카드'(棄)가 돼있는 것은 틀림 없지만, '갈아탈 말'(保)이 누구인지가 이번 선거의 핵심인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뜯어 고치자는 천수이볜 경우, 25%정도의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지만 기존 국민당 지지자들의 성향은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 않는 쪽이다. 장기 집권에는 염증 나면서도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소속 쑹추위가 치빠오의 혜택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만 독립'을 부르짖는 천후보가 당선되면 대만은 국기·국가·나라명까지 바꿔야 하며, 대륙과의 높은 긴장관계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대륙 출신으로 '정치 9단'의 온건론자 쑹후보는, 장기집권을 막으면서 국민당도 존속시킬 수 있고, 본토와의 관계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셈이다. 막판 뒤집기가 예상되는 것은 이때문이다.
임대희 경북대교수·중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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