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인천 연고지 결정 배경

입력 2000-03-16 00:00:00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신생팀 SK의 연고지를 인천으로 결정한 것은 완전한 도시 연고제로 가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SK가 요구한 연고지는 △서울 △인천 △경기도 전역 등 3곳이었으나 SK에게만 광역연고지인 경기도 전역을 줄 경우 애써 이끌어낸 도시연고제 이행이 어려워진다는 점이 고려됐다.

신생팀에게 서울을 막바로 내주기를 꺼린 각 구단은 결국 현대의 서울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인천을 SK에게 할애하고 모든 구단 연고지를 단일 도시로 하겠다고 밝혀 일단 완전한 도시연고제의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런 결정에는 현재 인구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수원과 성남, 안양, 부천 등 경기도내 도시들이 가까운 시일내에 광역시로 승격될 가능성이 높아 장차 제9구단, 제10구단 창설 희망기업이 나타날 경우 손쉽게 이들 지역을 연고지로 배정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회에서 구단 사장간에 고성이 오가는 격렬한 논의 끝에 '울며 겨자먹기'로 시작된 도시연고제는 어렵게 첫 단추를 꿰었지만 신생팀 창단 때 연고지 배정에 여유를 뒀다는 점 뿐 아니라 선진적인 도시연고제의 모양새를 갖췄다는 사실에서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진다.

도시연고제의 출범으로 오랜 숙제였던 전면 드래프트제 역시 내년부터 당장 시행될 것이 확실해지면서 프로야구는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그러나 이번 연고지 조정으로 올해 프로야구는 상당기간 후유증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먼저 숙원이던 서울 진입을 이뤄낸 현대는 그 대가로 1년반 이상 자칫 연고지없는 떠돌이 신세가 됐다.

KBO 이사회는 현대의 서울 이전까지 인천구장과 수원구장을 현대와 SK가 공동으로 사용토록 결정했지만 당장 SK는 "현대의 인천구장 사용은 말도 안된다"며 독점사용 의사를 내비쳤다. 쌍방울의 퇴출과 SK의 신규 참여로 뜻하지 않게 앞당겨진 도시연고제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를 여전히 남긴 채 첫 발을 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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