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 21세기는 '문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시대에는 문화 자체보다 문화의 상업적 가치가 더욱 강조되고, 고부가가치의 창출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미덕(?)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문화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에는 상업성이 우선하는 문화가 빚어지고 선호될 가능성이 높으며, 문학은 죽어가도 그 산업은 번창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멀티 미디어·인터넷 등의 힘을 통해 문화산업이 더욱 확장되는 추세에 인쇄 매체 중심의 문학이 어떻게 살아 남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정보·통신 매체의 특성이 '대량 소비문화의 조장과 확산으로의 기울어짐'이라면, 문학도 그런 문맥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비극적 운명을 맞게 될지 모른다. 더구나 사이버 세계는 문학의 진실을 흐리게 하고, 진리를 왜곡시키며, 허구의 세계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줄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일방성', '중앙집권주의'적 특성이 디지털 시대에는 작가와 독자가 '수평적', '쌍방향적' 관계에 놓이고, 심지어는 문학과 영상의 경계까지 허물어져 작가는 마침내 '다중지각 예술형식'의 한 부분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학이 자본과 대중문화의 타락과 억압에 대해 진지하고 창조적인 저항의 자리를 만들고, 문학의 진지성과 엄숙성이 경박한 대중문화에 쉽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없지는 않다. 문학이 그 고유한 형식으로 살아 남으려면 시대적 흐름을 거슬러 오르면서 다수와 벽을 쌓고, '비인간화'와는 정면으로 부딪쳐나가는 치열성이 담보돼야만 한다는 논리다. 아무튼 이제 문학은 엄청나게 바뀐 환경 속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됐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 옹호가 문학의 지상과제라면 어떤 형태로든 살아 남아야겠지만, 진정 어떤 운명을 맞게 될는지…. 이 시대에 문인들은 스피노자의 말대로 '내일 지구의 종언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라도 심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