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을 앞둔 지난해 미국의 할리우드가 영화 소재로 즐겨 선택한 것은 지구와 혜성의 충돌이었다. '아마게돈'과 '딥 임팩트' 등 충돌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인류의 불안한 모습을 극도로 나타내며 혜성을 파괴시켜 위기를 벗어나거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충돌, 종말을 맞이하는 지구의 모습을 각각 낙관적 결론과 비관적 결론으로 끝맺었다.
영국 출신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프리먼 다이슨은 지구와 혜성의 충돌에 대한 해결책으로 '매스 드라이버'를 제시하고 있다. 매스 드라이버는 똑바른 트랙을 따라 작은 통을 미는 자기가속장치로 구성된 기구로 모든 작용에는 동일한 반작용이 존재한다는 뉴턴의 운동제2법칙을 이용해 혜성을 빗나가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다이슨의 이러한 견해는 그가 쓴 '상상의 세계'(신중섭 옮김, 사이언스 북스 펴냄)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우주 식민지, 화성 감자, 컴퓨터를 이용한 생식, 라디오텔레파시 등 지금까지 상상에 의해 제시된 세계가 인류의 미래에 나타날 수 있을 지 살펴보고 있다. 또 그러한 변화가 수반하는 부작용과 재앙 등에 대해 언급하며 인류의 온전한 미래를 위해 기울여야 하는 윤리적 노력에 대한 전망도 함께 제시한다.
이 책의 줄거리를 풀어가는 주요 소재는 과학소설이다. '타임머신'의 저자 H.G.웰즈를 비롯, '다이달로스'의 홀데인, '시리우스'의 올라프 스테이플돈, '멋진 신세계'의 올더스 헉슬리, '쥐라기 공원'의 마이클 크라이튼 등 상상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작가와 작품을 언급하며 과학소설이 상상한 미래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시도한다.
또 미국과학아카데미의 회원이기도 한 저자는 흥미로운 과학소설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면서 가이아이론, 핵무기의 미래,'과학 숭배'의 위험성,유전공학의 미래 등 주제에 관계없이 과학적 윤리가 나쁜 결과를 줄이고 좋은 결과를 더 크게 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가 결론으로 제시하는 윤리의 문제는 홀데인이 경고한 말에 대한 믿음이다. '과학의 진보가 윤리적 진보를 수반하지 않으면 혼란과 비참함을 초래할 것이다'
金知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