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도 경북의 사이버 영농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올 9월이면 초고속정보망이 경북 각 시.군에까지 들어가게 돼 인터넷을 통한 농업정보 수집과 전자상거래 등 사이버 영농을 위한 대동맥 깔기는 일단락 되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활용해야 할 수용자(농가)나 사이버 영농시대를 뒷받침할 행정적 지원 모두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농가에서는 무엇보다 컴퓨터를 구경하기 힘들다. 최근 통계치가 나오지 않아 정확히 가늠키는 어렵지만 경북도가 지난 98년말 조사자료를 근거로 추정하는 최근 도내 PC(개인용 컴퓨터)보급률은 총가구의 40%에 해당하는 38만대. 그러나 이중에서도 총인구에서 93만여명을 차지하는 농.어민 중에는 9만4천여명만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0명중 1명꼴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셈. 이마저도 보유 컴퓨터가 인터넷 등이 가능한 기종인지는 구분이 불분명한 실정이다.
농가의 정보화 마인드를 더디게 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컴퓨터를 실생활과 접목시킬 정도로 주변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다는 것.
최근 참외 농사를 짓는 성주군 선남면 도흥리 주민 27명이 1인당 40여만원씩 1천200만원을 모아 개설한 '참외 홈페이지'(http://www.dohung.co.kr) 의 추진 상
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해 12월 먼저 전자상거래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주민들은 당장 성주군내 통신망 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전용회선 구축에 힘이 들었다. 지금은 전화선을 사용중이지만 요금이 비싼데다 속도도 느려 회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는 것. 물론 회원 모두 컴퓨터에 익숙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농촌에서도 홈페이지 구축을 통한 전자 상거래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홍화씨와 상황버섯을 각각 재배하는 칠곡 배문열씨와 안동 구천모씨 등이 대표적. 구씨는 이로 인해 신지식인으로 뽑혀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은 작물의 특수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홍화, 상황버섯 등은 부피가 작으면서도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품목. 때문에 전자상거래의 전제중 하나인 택배가 용이하다는 얘기다.
가령 고추 등 부피가 크고 저가인 작물의 경우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 소비자들로부터 주문을 받더라도 택배비용이 만만찮아 경쟁력이 떨어져 아직은 실용성이 없다. 게다가 전문택배회사를 대도시마냥 쉽게 찾을 수도 없는 실정. 우체국이 이를 대신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도 품목과 무게를 한정하기 때문에 제약사항이 많다.
행정적 지원도 미흡하다. 컴퓨터를 '21세기 핵심 농기계'로 인식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소걸음을 걷고 있다.
경북도의 경우 농가에 컴퓨터를 보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지난 98년 전 시.군 5천49개 마을(행정리 단위)에 2단계로 나눠 공용 컴퓨터 1대씩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예산을 올렸으나 도의회에서 전액 삭감된 뒤 지금껏 보류된 상태.
또 사이버 영농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정확한 컴퓨터 보유 현황 등 기초자료 마련이 급선무임에도 최근까지 그같은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행정기관의 '농촌 정보화 시책'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 사이버 영농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은 아직은 갈 길 먼 일이 되고 있는 셈이다裵洪珞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