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논쟁 확전 조짐

입력 2000-03-08 15:31:00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의 찬탁인사와 친북발언 장관 문제에 대한 파문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민련이 직접적인 공세는 삼갔지만 찬탁인사를 우회해 거명하는 등 불씨 살리기 의도를 여전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徐대표가 찬탁론자"

여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민주당도 색깔론에 맞대응하기 위해 장태완 재향군인회장을 영입하는 등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우선 찬탁인사 문제를 거론한 김 명예총재는 일단 말문을 닫고 있다. 자신의 발언에 대해 구태의연한 색깔론으로 선거판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일고 있음을 감지한 탓이다. 그렇지만 자민련이 칼을 순순히 거둬들인 것은 아니다. 7일에도 자민련은 JP가 지칭한 찬탁인사는 민주당의 서영훈 대표라고 우회적으로 흘렸다. JP의 측근들은 "찬탁인사는 서영훈 대표를 지칭한 것이고 6.25 관련 친북발언 장관도 최근 물의를 일으킨 장관"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단 무대응 일관

서 대표의 찬탁 주장은 기존에 보수우익계 인사들에 의해 줄기차게 제기돼 온 사안이다.

자민련은 또 색깔론 제기는 JP의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강변하면서 공을 민주당 측에 넘기기도 했다. 이규양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 명예총재가 제기한 찬탁론자 지도층과 6.25 관련 친북장관 발언은 개혁을 빙자한 급진세력의 급속한 확산으로 국민적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한 우국충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여기에 답을 해야 할 책임은 집권세력에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민주당 측은 일단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허인회 부대변인은 "오늘도 우리는 참는다"며 촌평을 내기도 했다. 대신 대표적 보수우익 단체인 재향군인회 장태완 회장 영입을 성사시키면서 색깔론 공세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김 명예총재가 색깔론을 제기하는 바람에 장 회장의 입당식이 크게 앞당겨졌다는 후문이다.

자민련 공세 벽 풀릴듯

또 자민련이 찬탁인사로 지목한 서 대표에 대해서는 증거를 들이대면서 반박하는 기민함도 보였다. 서 대표는 지난 98년 자신이 펴낸 저서 '벽오동 심은 뜻은'에서 "모스크바 삼상회의의 한국 신탁통치안을 우리가 받아들였다면 당리와 사욕에 사로잡힌 극한 대립으로 아마도 여전히 혼란과 파쟁이 그칠 날이 없었을 것"이라며 반탁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는 것.

민주당 측은 또 색깔론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자민련의 공세도 맥이 풀릴 것으로 보고 최대한 맞대응을 자제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했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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