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부활 기지개

입력 2000-03-08 14:00:00

"반도체주(株)가 주식시장을 되살리는 '화타'가 될 수 있을까"

리눅스, 네트워크장비, 보안솔루션에 이어 반도체주가 주식시장의 새로운 테마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침체에 빠진 주식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반도체주. 때문에 투자자들은 한번 테마를 형성하면 증시자체를 부양하는 위력을 지닌 반도체주가 이번에도 힘을 쓸 수 있을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시각

국제 64메가 D램가격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2월 하순경 4달러대까지 급락했다. 전통적으로 1/4분기에 D램에 대한 수요 위축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데다 일본 및 유럽 업체들의 덤핑물량이 가세했기 때문. 여기에다 CPU공급업체인 인텔사의 원활한 칩공급이 되지 않은데 따른 수급불균형의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가격이 원가수준에 근접한 4달러선까지 하락하자 출하물량이 감소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또 인텔사의 CPU 가격 인하, 향후 수요시장의 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가 복합적으로 작용, 반도체 가격은 다시 올라 6달러선을 돌파했다.

대우증권 리서치팀은 최근 64메가 D램 반도체 가격이 7~7.5달러대까지 상승하고, 2/4분기 이후에는 추가적 폭락이 없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공급부족현상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인텔의 CPU 가격인하에 따른 PC 판매증가, D램 가격하락에 따른 PC 단위당 메모리 채용량 증가, 윈도 2000 판매증가로 인한 PC단위당 메모리 사용량 증가 등이 예상된데 따른 것이란 게 대우증권측의 설명.

미래에셋증권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2/4분기 이후에는 본격적인 수요가 가세할 전망이며, 윈도 2000 출시가 시장에 미치는 실질적 효과도 이 기간중에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연간으로는 등락이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64메가 D램 기준으로 6, 7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생산원가가 각각 3, 4달러 4, 5달러선이므로 이익실현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의 반도체주 매수

외국인들은 3일 현대전자 1천65만주, 삼성전자 156만주를 대량 순매수했다. 두 회사의 순매수 대금 7천200여억원의 84.5%, 8천558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현대전자, 삼성전자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외국인들의 현대전자,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 매수 배경을 둘러싸고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D램 현물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섰고 미국의 대표적인 D램 전문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와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 현대전자의 주가가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인식 때문에 외국인들이 집중 매수했다는 얘기다.

더불어 미국의 거대 펀드들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정보통신 주식이 저평가 됐다는 점을 고려, 이들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번 주에는 다소 진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실정.

▨투자전략

미국의 모건스탠리 딘위터 증권은 3일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에 대해 '적극 매수' 추천했다. 이 증권사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투자등급을 '실적호전(Outperform)'에서 '적극 매수(Strong Buy)'로 높였다고 발표했다.

모건스탠리는 또 목표가격(Target Price)도 삼성전자 33만4천원에서 39만1천500원으로 17.2%, 현대전자 3만500원에서 3만5천800원으로 16.7% 상향 조정했다. 이 두 종목은 중기적으로 충분히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설명.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를 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속적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던 64메가 D램 반도체의 국제 현물시장 가격이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9일부터 개당 1달러 이상 급등세를 보여 왔으나 3일 다시 5달러대로 밀려난 것. 업계 관계자들은 "D램 가격이 조정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너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수요처의 심리적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오르내림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기류를 반영, 6일 주식시장에서는 현대전자, 삼성전자, 주성엔지니어링 등의 주가가 내리고 중소형 종목은 오르는 등 종목간 등락이 엇갈렸다. 김진석 삼성증권 대구중앙지점장은 "반도체 가격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종목별로 주가 차별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가치와 이익 등 성장논리에 따른 투자자들의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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