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입력 2000-03-07 14:03:00

설사.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게 일반적 정서.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설사를 하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변은 건강 체크의 바로미터 중 하나. 설사가 있으면 어떤 이유로든 속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건강한 성인의 배변 양은 하루 200g 이하, 횟수는 1일 3회∼1주일 3회 정도이다. 소화기 내과 의사들은, 묽은 변이 하루 4회 이상, 총 배변량이 200g 이상일 때를 설사라 부른다. 이것은 소화 기관의 수분 분비에 이상이 있거나, 수분을 흡수하는 소장·대장에 장애가 있을 때 나타난다.

◇급성 설사

단기간 나타나는 급성 설사는 제산제, 항생제, 술, 약물, 세균·바이러스·기생충·원충 등의 감염 등이 원인인 수가 많다. 특히 감염은 급성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 균체가 만들어 낸 독소가 장내 점막에 염증을 일으켜 설사를 발생시킨다. 몇년 전 발생했던 O-157 사건은 세포 독소가 점막 염증을 일으켜 발열·복통·설사를 유발한 경우. 감염성 설사는 구토·복통·발열을 동반하며, 피가 섞이는 경우도 있다.

◇만성 설사

설사가 여러 주일 계속되면 소화기관에 구조적 기능적 장애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경우와, 대변 잠혈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암이 생겼을 경우에도 설사를 할 수 있고, 암세포가 장의 어느 곳에 어떤 크기로 생겼느냐에 따라 설사·변비·혈변 등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

또 호르몬 이상이 있으면 장관 점막에서 수분과 전해질 이동 장애가 생겨, 많은 양의 수양성 설사가 발생한다. 과민성 대장염, 신경성 질환 등 운동기능 장애에 의해서도 설사가 나타난다.

대부분 설사는 수액 공급, 지사제 사용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심한 염증성 대장염, 세균성 설사 등에는 지사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바람직하다.

◇소아 설사

어린아이는 탈수에 견디는 힘이 약하므로 수분 공급에 유의해야 한다. 또 적당히 영양을 보충하며 먹이는 것을 조절해야 한다. 흔히 굶기면 낫는다고 생각하지만, 굶기면서 설사를 치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수분 공급에 가장 좋은 것은 전해질 용액. 초기에는 반나절이나 하루 동안 분유를 정량의 두배로 묽게 타서 주고, 이유식을 하는 아기는 쌀 미음을 주면 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모유를 끊을 필요는 없다.

장염으로 인한 소아 설사는 성장 장애도 가져 올 수 있다. 계속 토해 먹지 못하는 경우, 탈수로 처지는 경우, 8시간 정도 소변을 보지 않는 경우 등은, 급성 장염이 의심되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장염 예방을 위해서는 손을 자주 씻고 주변을 깨끗이 해야 한다. 기저귀를 교체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변기에 묻었던 균들에 의해서도 전염될 수 있으므로, 변기 청소를 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한방과 민간요법에서는

한방에서는 차고 습한 환경 때문에 생긴 몸의 나쁜 기운, 상하거나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의 섭취, 비위장의 선천적 취약, 불규칙적 생활, 스트레스 등을 설사의 원인으로 본다.

어른의 만성 설사는, 비장·신장이 허한 사람에게 새벽에 자주 발생하고, 배 아픈 부위가 일정하지 않으며, 그 사람의 뼈가 약하고 얼굴이 검으며 발 바닥이 찬 것을 특징으로 본다. 장에 쌓인 노폐물이 원인일 경우, 장 세척 후 단식으로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면 좋다.

설사가 잦은 어린아이는 선천적으로 소화기가 약하고 찬 체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세균 감염이나 폐렴 뒤끝에 설사가 온 경우엔 탈수가 동반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물을 갈아 먹거나 찬 음식물로 인한 냉허증 설사는 배를 따뜻하게 하고, 끓인 물을 마시고, 가벼운 운동을 하면 증세가 좋아진다. 생강·백출·복령 등으로 비위장을 데워주고, 볶은 소금 찜질, 쑥뜸 등으로 치료한다. 영유아에게 지사제를 사용하면 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민간요법에선 생강·육계·파고지 등을 복용해 비신장의 기운을 보충하거나, 붉은 팥, 잣, 파 흰뿌리 등으로 흰죽을 쑤어 먹는 것이 도움된다고 본다. 탄산음료,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 커피, 홍차, 찬 우유, 소화가 어려운 해조류, 섬유질 음식 등은 피한다.

도움말:탁원영 교수(경북대 소화기내과)·박근수 교수(계명대 소아과학교실)·구은정 과장(허 한방병원 한방5과)

李鍾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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