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좌선 후 교당 뜰과 대문 밖으로 길게 나있는 골목길을 청소하는 것이 일과 중 하나이다. 마당 쓸기를 마치고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골목 청소를 하려는데 오늘은 다른 날 보다 쓰레기가 너무 많이 널려 있다.
갑자기 청소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날마다 쓸어도 소용이 없어. 하루쯤 쓸지 않으면 어때? 쓸고 돌아서면 다시 어질러질텐데'대문을 막 들어서는 순간 '아니야, 골목길도 너의 마당처럼 깨끗이 해야지? 너마저 그 길을 쓸지 않으면 이 길은 엉망이 될거야'두 마음이 한참을 싸운다.
마당과 골목길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이 철문을 열면 내가 매일 다니는 길인데, 조금 전에 마당은 아무런 생각없이 쓸었는데 골목을 청소하려고 하니 왜 이런 분별심이 생기는가? 한 생각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더니 한 치 앞의 자기 것, 자기만을 생각하고 살아가는 중생의 분별심이 발동하여 잠시동안이나마 마음에 갈등이 생겼구나! 진리를 깨달으면 시방세계(우주)가 다 나의 소유인줄 알게 된다는 법문 말씀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닿는다.
자, 보이는 대문의 빗장도, 보이지 않는 나의 마음의 빗장도, 활짝 열자. 그리고 대문 하나 사이로 골목길은 대문 밖이라며 다른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고 마당은 대문 안에 있으니 내 것이다 라는 고착된 생각을 떨쳐버리고 우주의 어느 곳이든 내가 처해 있는 곳의 주인은 자신임을 알자. 그럴 때 버리는 사람과 쓸고 줍는 사람, 경상도, 전라도, 내 종교, 네 종교 라는 갈등의 현실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서로 원망하고 투쟁하는 사회가 아닌 배려하고 사랑하며 서로 책임지는 은혜의 터전이 되어질 것이다.
요즈음 한반도가 열기로 가득하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고. 서로 주고 받는 언어의 폭탄 때문일까? 최고의 지도자들이 서로 마음의 빗장을 풀고 상대를 대할 때 비로소 국민의 존경을 받고 이 나라의 참 주인으로서 역할을 다 하지 않겠는가? 원불교 경주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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