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 죽이는 '특허 베끼기'

입력 2000-03-04 14:49:00

신제품개발 중소 영세업체들이 경쟁업체의 무차별 베끼기로 기술개발 의욕이 꺾이는 것은 물론, 파산을 맞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 영세업체가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최종 판결까지 수년이 걸려 회사는 이미 거덜이 나는 경우도 적지않다.

조립식 옷걸이업체인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ㄱ산업은 지난 96년 서울·경기지역 5개 업체가 비슷한 제품을 생산, 일제히 판매에 나서자 이들을 대상으로 판매금지 가처분 및 18억원에 상당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내는 한편 의장권 침해로 고소했다

그러나 소송 개시 5년째인 지금까지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데다 상대 업체들은 계속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 매출실적이 50%쯤 떨어진 상태다. 이 회사가 지난 93년 첫 출시한 조립식 옷걸이는 길이 및 넓이의 조절이 가능, 의류를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지난 96년 초에는 통신판매 부문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ㄱ산업 관계자는 "특정 제품이 출원을 마친 상태인데도 비슷한 제품에 다시 출원 승인이 떨어지는 등 결함투성이인 특허제도때문에 신생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테 제조업체인 대구시 북구 노원동 ㅈ산업은 지난해 3월 형상기억 소재와 안경다리 분리 장치를 결합한 신제품을 출시, 2개여월간 특수를 누렸으나 곧 이어 이를 모방한 제품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있다.이 업체가 소매점에 안경테를 넘기는 가격은 6천~9천원이나 기술개발 비용을 회수할 필요가 없는 모방 업체들은 4천~5천원선에 덤핑판매하고 있다.

ㅈ산업은 지난해 6월부터 적자로 돌아서 10여명에 이르던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야 했다. 현재 가족 4명만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1억여원에 이르는 채무는커녕 전화세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ㅈ산업 곽모(46)사장은 "수년간 연구해 상품을 출시했으나 몇달만에 물거품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힘들여 신기술을 개발하려고 하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李宗泰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