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국당 격돌 조짐

입력 2000-03-02 15:44:00

민국당의 등장으로 선거판도에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곳은 부산이다. 민국당 측은 "부산의 판도는 이미 결정됐다"며 벌써부터 호언하고 있다. 이회창 총재의 공천잘못으로 한나라당의 지배적 위치가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민심의 급선회 조짐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당장 중·동구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정의화 의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 출마할 박찬종 전의원을 의식,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한 것이다. 박 전의원은 정 의원이 입당할 경우 중·동구를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 측의 반발로 잠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YS직계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부산에서는 "부산의 박종웅 의원과 경남의 강삼재 의원이 움직일 경우 분위기는 급변할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문정수 전부산시장은 이미 1일 민국당에 입당했다. 민국당에 미치고 있는 YS영향력을 감안할 때 YS직계들의 신당합류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민국당 측은 이같은 분위기를 빠른 시일내 극대화할 생각이다. 3·1절인 1일 신상우, 이기택, 김광일 창당준비위 부위원장은 부산에서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세몰이를 시작했다. 이들은 "신당출범은 이회창 총재의 대권병 때문"이라며 "부산의 17석 모두를 석권하겠다"고 공언했다.

민국당 측은 일단 서구에 YS의 최측근인 김광일 전청와대비서실장을 내보내기로 했고 사상구에는 신상우 국회부의장을 출전시킨다. 또 이기택 최고위원은 자신의 직계인 한나라당 손태인 위원장이 입장을 번복해 당 잔류를 선언하는 바람에 연제 쪽으로 기울었다.

신당바람에 한나라당 부산의원들은 좌불안석이다. 겉으로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돌아가는 판세가 심상찮다. 정형근 의원조차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측은 YS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YS가 민국당을 밀고 있다는 확실한 정황증거가 잡힐 경우 신당돌풍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상당수 부산지역 의원들의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역공을 준비중이다. 일단 부산의원들의 이탈방지를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기로 했다. 3일 부산시지부 합동기자회견과 9일 총선필승결의대회 등을 잡아놓고 있다. 그렇지만 부산지역 신당돌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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