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첫 여자 교통경찰 허은진 순경

입력 2000-03-02 14:54:00

"안녕하십니까. 신호를 위반하셨습니다. 면허증을 보여주십시오"

대구지역 첫 여자 교통경찰관 허은진(26·대구시 서구 내당4동)순경. 지난달 1일 대구 서부경찰서 교통지도계로 발령받은 뒤 위반차량 스티커 발부, 음주 단속 등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새내기 여경이다.

지난 27일엔 대구시 서구 내당동에서 음주단속을 피해 골목길로 달아나는 승용차를 추격, 함께 출동한 남자 동료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를 20여분간 완강히 거부하던 운전사를 설득해 여경의 힘(?)을 보여줬다.

"간혹 면허증 대신 데이트 신청을 하는 짖궂은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잘 협조를 해주는 편입니다"

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밝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교통경찰의 경직된 분위기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허순경. 공무원 생활을 해온 아버지(56)의 영향으로 대구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던 중 군가산점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없는 여경 공채(98년6월)에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여자가 하기 힘든 일이라며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러나 공평한 기회가 부여되는 공무원생활을 열심히 해보라는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98년 12월 칠곡면허시험장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대학시절 풍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익힌 장구, 꽹과리 솜씨가 일품인 허순경은 퇴근후 테크노 음악을 즐기는 신세대로 돌아간다.

"앞으로 파출소, 정보, 조사 부서에서도 일해 보고 싶다"며 단속보다는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허순경의 미소에 일찍 찾아온 봄 햇살이 묻어 있었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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