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님들 도와주세요

입력 2000-03-02 00:00:00

'민주국민당(가칭)' 지도부가 1일 김영삼(金泳三.YS),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김윤환(金潤煥) 창당준비 부위원장은 이날 연희동 노 전 대통령을 찾아갔고, 장기표(張琪杓) 부위원장은 비슷한 시간에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집을 방문했다.

김 부위원장은 오전 11시부터 차를 마시며 한 시간 남짓 이뤄진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변신하게 된 이유와 여러가지 세상돌아가는 일을 얘기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정치인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김 부위원장과 만나는 장면을 취재진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장 위원장의 경우도 "상도동에서 초청해서 가는 것"이라며 '타의'에 의한 방문임을 애써 강조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우리가 초청한 일이 없다"며 장 위원장의 방문이 YS의 신당지지로 해석되는 것을 차단하려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장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건강해 보인다'는 덕담을 듣자 "전두환(全斗煥), 노태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등 독재자가 들어서서 건강이 좋다"며 김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장 부위원장과 대학동문임을 강조한 뒤 "대통령은 출신학교를 잊어버리라고 하지만, 그게 어떻게 잊혀지겠는가"라며 계속 김 대통령을 겨냥했다.

YS는 또 현 정부에서 정보정치가 극심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내가 대통령 할 때는 김 덕(金 悳) 안기부장을 해임하는 등 엄하게 다스렸다"고 상기시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민국당 지도부의 연쇄방문은 창당발기인 대회 이후 주춤한 민국당의 인기몰이에 탄력을 붙여나가기 위한 정치적인 행보로 비쳐지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등 역대 정권의 산실에서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한 '예우'차원을 뛰어넘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민국당의 한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 방문은 특별한 목적을 갖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인들의 행동에 정치적이지 않은게 있겠느냐"고 말해 간접적으로 민국당의 세확산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이날 개별회동에서 전직 대통령들은 민국당의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는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국당 입장에서 볼 때는 전직 대통령과의 회동자체만으로도 적어도 영남지역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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