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과 파리장서(巴里長書) 사건에 연루된 독립운동가 117명의 대구감옥 수감 당시 신상카드가 발견,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기록보존소가 발굴한 이 재소자 카드에는 81년전 대구감옥에 수감된 독립운동가의 신상표, 작업표, 가족면회 접견표, 신체특징 등을 낱낱이 적고 있어 3.1운동을 전후한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할 사료적 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신분카드에는 농민(65명), 잡화상, 간호사, 학생 등 다양한 직업과 17세에서 74세 노인에 이르기까지의 연령층, 양반(7명)과 상민(55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이 폭넓게 포함돼 있다. 이는 3.1운동을 전후한 독립운동에 일부 지식계층만이 참여한 것이 아니라 전 민족이 혼연일체로 참여하고 있음을 다시한번 일깨우는 것으로 3.1운동의 위대성을 재확인하는 단서가 된다. 수감자중 가장 어린 남자는 17세로 직업이 농업이고 신분금(34)이란 이름의 여성은 경북 영덕에서 만세를 부르다 잡혀왔으며…등등. 이들 카드중에는 특이한 사항도 많지만 이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면우 곽종석(郭鍾錫) 선생이 면회온 조카 곽윤에게 "내가 오늘 형이 집행된다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구절이다. 구한말의 대표적 영남유학자인 면우 선생의 언행이 3.1운동 81돌에 즈음해서 새로 밝혀진 것도 의의깊다할 것이다. 곽종석 선생은 3.1운동 직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강화회의에 보낼 독립호소문(파리장서)을 호서 유림대표 김복한과 손잡고 작성한 주역으로 일본 관헌에 잡혀 옥고를 치른 끝에 세상을 떠난 분이다.
선생에게 2년형 선고를 내린 일인(日人) 판사가 불복하면 항고하라고 권하자 "끝내 나라를 찾을길 없는데 한갓 내몸을 위해 원수 도적에 빌붙어 살려달라고 항소하지는 않겠다"고 응하지 않았다. 선생은 임종시 "군자는 멀리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계책은군자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문도들을 경계했다. 선생의 강직한 성품은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것이 무슨 능력이라도 되는양 착각하고 있는 오늘날의 일부 지식인들에게 귀감이 된다는 생각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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