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현장 새 풍속도

입력 2000-03-01 14:02:00

지난달 28일 낮 대구시 중구 봉산동 현대증권 대구지점. 객장에 나온 30~40여명의 투자자들이 주식시세판을 응시하며 주가흐름을 좇고 있었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거래소 시장의 종목시세판을 외면한 채 최근에 새로 만든 코스닥 종목 시세판에 눈길을 줬다. 얼마전까지 100명에 이르는 투자자들이 북적대던 것과 는 딴판이었다.

비슷한 시각 대구시 중구 덕산동 삼성금융플라자내 대신증권 대구사이버영업소. 수십여명의 투자자들이 컴퓨터앞에 앉아 주식거래에 열을 올렸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수십여개의 코스닥 종목을 화면에 띄워 분석하고, 휴대폰을 통해 다른 사람과 투자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주식투자 현장이 '광속도'로 변하고 있다.

거래소 시장 침체, 코스닥 시장 활황, 장외시장 각광 등 주식시장간에 명암이 엇갈리면서 증권투자 현장도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 사이버 객장 확산, 나스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폭발, 서점에서의 코스닥 및 장외주식 관련 서적 인기 등 종전엔 볼 수 없던 양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 객장에 '출근'하는 투자자들이 감소하는 반면 사이버 객장에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현대증권 대구동지점 박수진씨는 "사이버 고객이 증가하면서 객장에 나오는 투자자가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증권사 지점별로 설치된 주식시세판은 거래소 종목이 대부분이어서 단말기를 제외하고는 코스닥 시세를 확인하기 힘든 형편. 때문에 증가추세에 있는 코스닥 투자자들은 증권사 객장을 외면하고 사이버 객장이나 PC방, 가정에서 주식거래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8일 현대증권 대구동지점이 컴퓨터 130여대를 갖춘 전국 최대 규모의 사이버 트레이딩 센터를 개점하는 등 대구시내에 사이버 객장이 10곳에 이르고 있다. 또 PC방에도 투자자들이 몰려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코스닥이 PC방 업자들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 대신증권 전한욱 대구사이버영업소장은 "대신증권의 경우 사이버 거래비중이 70%, 전체 증권사들의 평균 비중은 50%에 이를 정도로 사이버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코스닥 투자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현대증권, LG증권 등은 지점의 주식시세판에 코스닥 종목을 '편입'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코스닥 분석팀을 별도로 구성, 고객들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끼리 투자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새로운 흐름. 증권사 객장마다 정보교환과 당일 투자결정을 위한 4, 5명 단위의 소모임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 코스닥터, 씽크풀 등 국내 주식정보 인터넷 사이트가 1천여개에 이르며 정보를 얻기 위해 이들 사이트를 찾는 네티즌들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현상이 심화되면서 나스닥, 다우지수를 문의하는 전화도 증권사 지점마다 폭주하고 있다. 삼성증권 대구중앙지점 한 관계자는 "인터넷을 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일 아침 증권사에 나스닥 또는 다우지수를 문의한 뒤 매매를 결정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서점가에서도 증권투자 일반 및 거래소 시장 관련 책 대신 사이버거래, 코스닥 및 장외시장을 분석한 책들이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제일서적에 따르면 '나는 사이버 주식투자로 16억 벌었다'와 '코스닥 이것이 승부주다'가 경제·경영부문 판매량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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