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대구아빠가 쓴 애 키우는 재미

입력 2000-03-01 14:07:00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함께 '엄마 몫' 혹은 대리모의 역할로 여겨졌던 '아이 키우기'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보수적인 대구 아버지들이 쓴 육아일기 모음집 '푸른 숲을 가꾸며'가 선보였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여협이 주관한 제1회 '아버지가 쓴 육아일기' 공모 당선작들을 모은 책. '나의 가족 나의 희망' '아빠의 행복'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 '또 하나의 세계' '사랑의 편지' 등 5편의 육아일기가 실렸다.

"오늘도 아내 없는 저녁이지만, 아이들 밥 찾아 먹이고 숙제와 학습지를 봐 줍니다. 그리고 세탁기가 경보음을 울리면 가벼운 마음으로 빨래를 널 것입니다. 오늘 일요일에는 어린이 뮤지컬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관람할 예정입니다"(박덕구)

"고은이는 꼭 잠자기 전에 등에 업으면 아응하고 하품을 하며, 반드시 이마를 등에 비비고 고개를 좌우 요동치며 아빠 등을 떠받는다. 소 젖을 먹고 자라서 떠받는 송아지 흉내를 내는 걸까"(김두영)

"아이의 자는 모습이 너무 평화스러워 비디오 카메라로 넋을 놓고 찍었더니, 어머니께서 부모 앞에서 자식 너무 귀여워 하는 티 내는 것 아니라시며 타박을 주신다. 나도 모르게 자식에게 푹 빠졌나 보다. 정말 나 아닌 나를 닮은 생명체가 있다는게 너무 경이롭다"(송정흡)

아빠들 역시 엄마들처럼 아이를 키우며 자정을 느끼고 애간장을 끓이며 만성 피로증후군을 호소하는 모습들이 솔직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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