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3.1절 특집 '강용권의 4만리 장정'

입력 2000-02-29 14:15:00

강용권은 연변 조선족 자치주 사회과학원의 사학자였다. 그가 자전거를 타고 중국 대륙을 누비며 모두 4년에 걸쳐 실행에 옮긴 항일유적지의 답사기록이 KBS 1TV의 '강용권의 4만리 장정-자전거로 쓴 독립군이야기'(29일 밤 10시)를 통해 공개된다.

91년 연변에서 출발해 투먼, 하얼빈, 지린 등을 지나 장춘에 이르는 2만2천리의 1차 답사 여행길. 강용권이 만난 마을 사람들의 증언과 지형 관찰을 통해 진짜 청산리 전적지를 짚어 본다. 홍범도 장군의 삶과 죽음에 얽힌 진실, 의병운동을 하던 남편을 잃고 독립운동에 뛰어든 남자현 여사의 삶도 조명한다.

강용권은 1차 답사후 허락없이 답사를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해직된다. 이어 닥친 반신불수와 언어장애. 하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낡은 자전거 한 대와 녹음기, 그리고 기름떡 만으로 만주벌판을 누비고 다녔다. 모두 4년이 걸린 답사여행은 거리로 1만4천km, 4만리에 이른다. 유적지를 답사하며 수백명의 증언자들을 발굴, 700여개의 녹음 테이프에 담았다. 역사가 현재를 비출 수 있는 거울이며 바른 역사 알기는 곧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97년 그의 마지막 발길은 단동 동항시의 한 고속도로변에 멈췄다. 자전거를 타고 3차답사를 다니던 중이었다. 그의 나이 54세. 그의 업적은 만주 일대 항일 투쟁사의 가장 방대한 1차 자료를 수집했다는 점이다. 강용권에 대한 국내 학계의 평가와 중국에서 진행중인 우리 민족 서로돕기 운동본부의 자료도 정리, 분석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답사기행에 담긴 정신을 KBS는 딸 봉화씨와 함께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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