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 향토농산물-(3)영천 황금배

입력 2000-02-28 14:00:00

황금배는 우리 농산물중 수출 경쟁력 높은 대표적 품목으로 꼽힌다.

당도가 높고 육질이 연해 서양사람들의 입맛에 맞아 수요 창출이 유망한 과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금배는 수출전략 10대 농산물에 포함돼 있다.

지난해 영천지역 140여 재배농가가 재배면적 36ha에서 350t을 생산, 이중 115t을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 수출했다. 농민들은 수출분만으로도 1억5천여만원의 수익을 올렸고 경북도에서 주는 수출장려금도 760여만원을 받았다.

이같은 황금배의 수출은 지역 농산물 수출 전문업체인 〈주〉영성상사(영천시 도동) 주도로 95년 처음 시작됐다. '신고'위주의 배수출에서 막 재배가 확대되는 황금배를 수출 품목에 추가한 것. 이후 미국 캐나다 네델란드 동남아 등 10여개국으로 수출된 황금배는 현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영성상사 이재철(50)부장은 "대부분의 우리나라 수출 농산물이 거의 우리 교포들을 대상으로 판매되는데 비해 황금배는 현지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여 성공한 드문 경우"라며 황금배의 수출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서양사람들의 입맛에 맞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수출 황금배는 무조건 큰 것을 상품으로 치는 국내 시장과는 달리 혼자 한개씩을 먹는 서양인들의 습성에 맞는 400~450g짜리를 상품으로 친다.

영천지역 수출량은 95년부터 97년까지 모두 69t이었고 98년은 한해 68t 수출실적을 냈다. 작년 115t에 이어 올해는 150t 정도 수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금배 수출은 정부가 지난 98년 황금배 수출단지로 지정한 영천 상주 나주 정읍 등 전국 4곳에서 이뤄진다.

영천지역에선 지난 97년 설립된 생산자 단체인 '신녕 황금배 수출 영농조합 법인'(대표이사 이종도·54)의 선과장에서 수출 황금배의 선별과 검역이 이루어진다. 농민 170여명이 가입해 있는 신녕 황금배조합에는 신녕지역뿐 아니라 군위군 산성면, 청송군 현동면, 의성군 금성면 재배농민들도 다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선과장에서 수집된 황금배는 수출업체가 전량 수매하는데 가격은 연초에 농림부·생산자·수출업체가 모여 협의 결정한 고시가격을 적용한다. 지난해 10kg 상품 가격은 2만원, 캐나다쪽 상품은 2만4천원이었다. 캐나다쪽 수출가격이 높은 것은 그곳의 검역조건이 까다롭기 때문.

캐나다 수출용 재배단지는 캐나다 관계자들이 현지를 답사한 후 선정한 11개 농가의 3.6ha가 별도로 정해져 있다. 이 지정된 황금배밭 인근 200m 이내엔 벚나무 복숭아나무 등이 없어야 한다. 벚나무 응애 등 캐나다에 없는 병해충이 뭍어 들어오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캐나다 수출용 배밭 인근 국도에 벚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가 수출단지가 취소되고 벚나무를 뽑아내는 소동이 빚어졌고 지난 98년 수출물량 41건중 3건에서 북숭아순나방 유충이 발견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캐나다의 이같은 엄격한 규제 못잖게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병해충 등 3차례 클레임이 걸리면 수출이 중단된다. 따라서 병해충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농민 식물검역소 영천시 등 관계기관의 노력도 대단하다. 병해충 방제일자, 사용 약제명, 면적당 살포량, 봉지 씌운 날짜 등을 기록한 '재배 및 방제 일지'를 비치해야 하고 매월 한차례 식물검역관의 예찰을 받아야 한다. 또 수출용 상자에 생산자 이름과 검역관의 이름이 표기돼 클레임이 걸린 경우 당장 문책이 따르게 된다. 식물검역소 검역관들과 재배농민들이 병해충 방제에 이처럼 신경을 쓰는 것은 자신의 문책뿐 아니라 자칫 잘못되면 단지 전체가 수출 중단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재배농민들은 황금배만한 무공해 과일도 없다고 주장한다. 착과때부터 이중봉지를 씌워 농약 침투를 방지하고 각종 해충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상태에서 재배하기 때문이다. 이 이중봉지는 수확때는 물론이고 선별 검사과정에서도 제거않고 봉지를 씌운 상태로 수출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수출과정을 거치는 만큼 황금배 수출의 수익성은 상당히 높다. 재배농민들은 수령 5년짜리 황금배밭 1평에서 1만원정도의 순수익이 나온다고 추산했다. 이 순수익은 평당 2천~3천원정도에 불과한 벼농사와 마늘 양파의 순수익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수익이다. 지난해 시중시세가 10kg당 1만8천~2만원 정도였던 점에 비해 수출가격이 2천~4천원 이상 높았다. 게다가 농림부는 수출전략 상품임을 감안, 과일 보호 봉지를 국비로 지원하고 경북도는 수출금액의 5%를 수출장려금 명목으로 보너스를 주고 있다.

영천시의 지원도 각별하다. 황금배를 지역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그동안 신녕 황금배조합의 간이집하장 건설비용 80%를 시비로 지원했고 저온저장고, 선별기, 응애집진장치 설치 등 수출 기반 조성에 앞장을 섰다. 또 올해는 수출농가에 2천만원의 농약비를 보조해줄 계획이다.

영천시청 정태준 과수원예담당은 "황금배는 수입개방시대에 가장 경쟁력있는 농산물"이라며 "영천지역은 재배적지인데다 수출업체가 소재해 있어 입지조건이 가장 유리한 곳"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또 "황금배는 수출로 외화수입을 올릴뿐 아니라 국내 가격을 적정하게 유지시켜 생산농가의 안정적 영농을 보장해주는 효과도 크다"고 지적했다.

황금배는 우리나라 기술진에 의해 육종된 품종이다. 지난 84년 나주 원예연구소에서 '신고'와 '20세기'를 교잡해서 만들어냈다고 한다. 과피가 황금색이어서 이름 붙여진 황금배는 과육이 깨끗한 연황백색으로 부드럽고 당도가 15나 될 정도로 높고 과즙이 많아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또 과심(씨방)률은 38%정도여서 상대적으로 과육이 많고 10a당 3천200kg을 수확하는 다수확 품종이라는 점 등 장점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러나 높은 당도때문에 저장성이 약한게 흠이다. 상온 저장력이 30일 정도고 저온 저장에서도 일부 과심에 갈변이 생기거나 뭉개지는 약점이 있다.

재배적지는 남부지방의 관배수가 잘되는 사질토. 영천 나주 등 수출단지로 지정된 지역이 집산지이다.

그러나 이중에서 영천 황금배의 품질이 가장 좋다고 관계자들은 자랑한다. 영천지역은 전국에서 저수지가 가장 많은 사실에서 입증하듯 연간 강우량(982mm)이 비교적 적고 일조량이 많아 같은 과일이라도 당도가 높게 나온다는 것. 이러한 지역적 특성때문에 황금배도 영천 것이 가장 맛이 좋다는 것이다.

호남서 개발된 황금배가 영천에 들어온 것은 개발 초기인 지난 88년. 새농민상 수상자이기도 한 북안면 정재상(59·북안 순배 영농조합법인 고문)씨가 첫 재배를 했고 신녕 황금배조합 대표를 맡고있는 이종도씨가 지난 93년 주민 12명과 함께 묘목을 구입해 와 집단으로 재배하면서 영천 지역 황금배 재배가 본격화됐다.

개발된지 얼마 안된 탓에 현재 재배중인 황금배의 수령은 대부분 10년 이하. 수령 10~20년 돼야 왕성한 수확을 얻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아직 성장기에 있는 셈이다.

농민들은 수익성이 좋다고 너도 나도 황금배 재배에 나설 경우 과잉재배에 따른 가격 폭락을 우려하고 있다. 또 수출업체쪽에선 시중시세가 높을 경우 수출농가에서 시중 판매를 선호한다거나 보따리 수출꾼들의 한탕주의 덤핑수출로 인한 생산과 수출시장의 교란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만 제대로 관리된다면 수출의 장기 전망도 밝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외국인들의 기호에 맞아 일본의 '20세기'나 '신고'보다 비싼 값을 받는다는 황금배는 농민들의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당국의 지원, 수출업체의 적극적 시장 개척이 어우러질 때 우리 농산물 수출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영천·金才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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