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철씨 피랍 아리송

입력 2000-02-25 15:20:00

탈북자 조명철(趙明哲)씨 납치사건은 발생에서부터 경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의문점 투성이로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경찰의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사건발생 과정과 경찰수사로 나눠 짚어본다.

◇사건 발생 과정

우선 조씨에 대한 납치가 너무도 쉽게 이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 김일성대학 교수 출신으로 지난 94년 북한을 탈출한 이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북한 전문가로 활동해 온 조씨의 비중에 비춰 국가정보원 등 정부기관의 보호가 너무나 허술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조씨와 동행했던 정모씨의 신원과 탈출 경위도 미스터리다.

경찰은 정씨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으로 조씨의 동료라고 밝히고 있으나 조씨가 "나는 동행없이는 다니지 않는다"고 말한 점에 비춰 기관원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씨가 한씨 등 4명의 은행계좌에 대한 지불정지를 요청해 돈유출을 막았다는 부분도 석연치 않다.

이때문에 경찰이나 국정원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탈북자인 조씨가 2억5천만원이라는 거액을 단 몇시간만에 조달할 수 있었다는 점도 돈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 경찰 수사과정

조씨는 지난 3일 귀국한 뒤 곧바로 성동경찰서에 납치 사실을 신고했으나 경찰은 무려 5일간 사건을 방치했다.

조씨의 신분이나 사건의 중대성으로 보아 즉각적인 수사 착수가 당연함에도 경찰은 설날 연휴라는 이유로 8일에야 조씨의 돈이 분산.입금된 계좌의 주인 4명의 신병을 확보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들 4명을 상대로 1~2시간 정도 형식적인 조사만 마친 뒤 순순히 귀가시켰다.

이들에 대한 조사와 계좌추적을 통해 베이징에 있는 범인들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도 순순히 경찰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풀어준 것은 외압의 가능성을 짙게 하고 있다.

실무 담당자인 김문호 외사분실장은 "베이징주재관으로부터 '국가정보원이 이 사건을 관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혀 국가정보원이 처음부터 이번 사건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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