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129 전시회 책 쑈

입력 2000-02-25 14:07:00

'너의 고정관념에 침을 뱉아주마'

보수적인 화풍으로 이름난 대구지역에서 '별난'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28일부터 3월6일까지 스페이스129(053-422-1293)에서 선보이는 '책쑈'.

현대미술가 송광익·김영세씨와 그래픽디자이너 김완규·이창희씨가 4인4색의 독특한 작품을 보여줄 이 전시회를 '감행한(?)' 장본인.

전시 포스터부터 요상하다. 붉은 바탕에 고풍스런(?) 붓글씨체로 쓴 '冊(책)쑈'나 참여작가의 이름을 한 자씩 딴 '광안창세', '동시관람'같은 문구는 조악한 화질의 영화를 한꺼번에 두세편씩 돌리던 70년대식 삼류 영화관의 선전 포스터를 연상시킨다.

5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회는 형식만 거창하고 내용은 볼품없는 전시들에 반기를 들고, 그야말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재미를 선사하는 전람회를 만들기 위해 1년여간의 준비를 거쳐 기획됐다.

때문에 고정관념과 궤를 달리하는 다소 파격적인 시도들이 이뤄진다. 전시회와 어울리지 않는 용어인 '동시관람'이란 단순한 그룹전이 아닌 4명의 개인전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의미. 한정된 공간을 무대로 하는만큼 나머지 작품은 170쪽 분량의 '아티스트북' 1천부를 발간해 선보인다. 전시회와 출판기념회(쑈)가 동시에 치러지는 셈이다.

지면을 채운 작가들은 저마다 편집이나 지질(紙質)을 판이하게 만들어 언뜻 한 권의 책이라는 느낌을 갖기 힘들 정도. 순수미술의 엄숙주의에 도전하기 위해 계획된 이같은 장치들은 화랑 한가운데서 '오뎅탕'을 끓여대는 부분에서 절정을 이룬다.

형식은 다분히 장난끼가 넘치되 작품 내용은 진지함 그 자체. '물질'을 테마로 송광익씨는 비닐테이프 작업을 통해 이미지의 삶과 운명을 드러내고 '정신'의 김영세씨는 상호 텍스트성을 실천한 드로잉과 즉석 스케치작업을 선보인다.

김완규씨는 '시각'을 테마로 투명 아크릴로 만든 선반 형식의 책을 전시하며, 비디오 설치작업을 하는 이창희씨는 '매체'를 주제로 참여작가들의 다큐멘터리 로드쇼를 보여준다. 전시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http://interchang.co.kr.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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