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논술-34차 문제 최우수작

입력 2000-02-25 14:28:00

요즘 유행하는 테크노 댄스, 음악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저게 무슨 춤이고 노래냐!"고 하며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 이러한 예는 개고기를 먹는 것을 야만으로 여기는 프랑스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한국 사람을 야만인 취급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이념 또는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삶의 차이를 자기식으로만 이해하고 판단하게 되면 '나'와 '타자'는 반목과 대립이라는 갈등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원인에서 기인하는 반목과 대립은 나아가 지배와 저항이라는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관계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나'와 '타자'의 차이를 인정하여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세계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인류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근대 사회 초기 유럽에서 시작된 계몽주의나 제국주의의 전개 과정에서 이념 또는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삶의 차이를 자기식으로만 이해하고 판단함으로써 초래된 어두운 면을 살펴볼 수 있다. 계몽주의가 무지몽매한 중세적 세계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기도 했지만 지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과 가치만을 절대시하여 자기와 다른 삶과 사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게 되고 이것이 나아가 제국주의라는 야만적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흔한 예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그대로 따를 것을 강요하는 것도 가치의 상대성을 무시한 '계몽적 폭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짚어 볼 수 있는 예는 그밖에도 많다. 선거철이면 가끔 보도되는 지지 후보를 두고 일어나는 유권자들끼리의 논쟁이 폭력으로 번지는 사태나, 초등학교 교정에 세워 놓은 단군상 훼손 사건 등이 모두 다른 이와의 차이를 무시하고, 다른 이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데서 초래되는 불상사이다.

우리가 서로 다른 문화를 바라보는 올바른 태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모든 진리와 가치에 대한 인식은 특정 범주 안에서 적용된다는 상대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관점에만 빠져 상대를 자기 방식대로만 바라보고 이해하거나 비판하는 잘못을 범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일부러 자신의 관점만을 고집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삶과 문화라는 특정한 범주 속에 성립되는 것임을 알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연과학적 진리이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리이든 어떤 범주를 초월하여 모든 시간과 공간에 적용될 수 있고 변하지 않는 진리란 적어도 아직까지는 인간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1 더하기 1은 2이다'는 수학이라는 범주에서 진리가 되는 것이며, '개고기를 먹는 것은 야만이다'도 프랑스 사회에서 참이지 한국 사회에서는 반드시 참이 되지는 않는다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다른 문화 이해를 위한 올바른 태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상대의 삶과 사회를 구성하는 내재적 요소를 준거로 한 판단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즉, 다른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역사와 전통, 그 사회의 이념과 가치 등을 알아야만 한다. 새 천년은 더 이상 하나의 이념과 삶만이 지배되는 시대가 아니라 차이를 인정한 다양한 세계가 공존하며 인류 문명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는 세기가 되어야 한다. 신 애 숙.대구외국어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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