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스타 이승엽 3억원에 미련없이 '사인'

입력 2000-02-25 14:59:00

국민적 관심사였던 이승엽(24)의 연봉이 3억원으로 낙찰됐다.

24일 연봉협상을 타결한 이승엽은 지난 95년 2천만원으로 프로야구에 첫 발을 내디뎌 5년만에 연봉성장률 1천500%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95년 입단때 그저 촉망받는 '리틀 라이언'에서 97년 타격 3관왕으로 시즌 MVP에 오르고 지난해는 홈런왕(54개)에 등극하는 등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기록을 세우며 프로스포츠 최고의 흥행사로 자랐다.

하지만 이승엽이 연봉 3억원시대를 열기까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국민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침체된 프로야구를 중흥시킨 그에게 어떤 선의 대접이 적정한지 많은 논란이 일었기 때문.

제일기획에서는 이승엽의 경제적 효과가 1천500억원대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팬 사이에서도 논쟁이 붙어 10억원대에서 4, 5억원선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구단도 섣불리 이승엽의 연봉을 책정하기가 힘들어 여론을 떠보거나 기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승엽과 구단은 1월중순까지 두차례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서로 금액을 밝히지 않은 채 의중만 탐색, 장기전이 불가피해 보였다.

양측은 내심 5억원과 2억7천만원선을 목표로 삼았다. 이승엽으로서는 축구의 김도훈, 안정환의 연봉이 2억6,7천만원 선임을 감안할 때 자신의 공헌도면 두배나 적어도 4억원선은 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많은 연봉을 받으면 다른 선수에게도 긍적적인 효과를 미치기 때문에 그의 연봉이 프로야구 선수들의 권익개선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반면 구단은 많이 주고 싶지만 야구가 팀경기인 이상 다른 선수들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워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이 와중에 지난달 22일 선수협의회 태동이라는 변수가 돌출했다. 이승엽은 선수들과 팬들로부터 선수협가입 요구를 받았으나 선수협에 참여치 않겠다고 선언, 팬들의 협박과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부모에게까지 협박을 하는 팬들의 극성에 충격을 받은 이승엽은 돈에 집착한다는 모습을 보이면 더 큰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판단, 지난달 31일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구단에 연봉을 위임해 버렸다.

이에 따라 구단은 이승엽의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인 3억원으로 연봉을 확정했다.

이승엽은 24일 연봉계약서에 사인하면서 "연봉이 얼마든지 개의치 않는다. 멀어진 팬들에게 다시 사랑을 받는 길은 그라운드에서 더욱 열심히 뛰는 것 뿐이다"고 진정한 스타의 면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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