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역공천자 간담회

입력 2000-02-24 15:34:00

23일 저녁 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첫 모임을 가진 한나라당 대구.경북지역 공천자들은 공천과정과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 등으로 동요를 보이기도 했으나 코앞에 닥친 공통의 현안인 선거 승리를 위해 '일단' 단합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모임에는 지역 공천자 27명중 대구 달성군의 박근혜 부총재만이 선약을 이유로 불참했다. 참석자들은 공천파동으로 지역 여론이 술렁대고 당 지지도마저 급락하는 등 동요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언론보도 때문인지 공천장을 받은 뒤 갖는 첫인사 모임인데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도 무거웠다. 총선 승리와 정권창출 등의 구호성이 빠지지 않았으나 공천과정 특히 김윤환 고문 거세를 위한 지도부의 '작전'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또 공천 과정에서 과연 한나라당의 중심이 대구.경북이 맞는가라는 '원초적'문제 제기도 있었고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가벼운 신경전도 벌어졌다.

인사말에 나선 강재섭 대구지부장은 "공천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다"며 "절차의 비민주성과 당 정체성에 대한 문제, 특히 김 고문 처리과정이 적절했던가에 대한 비판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참석자 모두의 고민을 대변했다. 강 지부장은 그러나 "갈등과 아픔을 딛고 당의 주축으로서 선거 후에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단합하자"고 호소했다. 박헌기 경북지부장은 "공천후유증이 구각을 벗는 고통이라고 본다"며 "새로 태어나기 위한 진통으로 생각하고 단결해 필승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해봉 의원은 "할 말은 하고 짚을 것은 짚고 넘어가자"며 말문을 연 뒤 "중진 3인을 탈락시키는 방법이 치졸하고 옹졸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왜 고사목에 톱을 대 소용돌이를 야기했느냐고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승리를 위해 단합해야 하지만 만일 총선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공천심사위원이었던 정창화 정책위의장은 "선거승리라는 현실과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당위성 사이에서 고민과 고뇌 끝에 내린 뼈를 깎는 자기혁신의 결과였으나 지금와서 보니 좀더 생각했으면 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며 공천과정에 일부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이상득 의원도 나서 "9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대구.경북에 여러 갈래가 있었으나 경선이 끝난 뒤에는 하나로 뭉친 경험이 있다"며 단합을 강조했으나 "허주는 우리를 대표해 노력도 많이 한 분으로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김 고문에게 비례대표를 주자는 제안도 했다. 그러나 강 지부장은 "지금 비례대표 이야기는 그분에게 약올리는 것 밖에는 안된다"며 버스가 지난 뒤 손을 흔드는 것처럼 부질없는 짓이라는 점을 들어 제동을 걸었다.

이런 논란이 일자 이상배 의원은 "각자 공천을 받았으면 당선될 걱정만 하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한가. 정 그렇다면 먼저 이야기를 했어야지"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신영국 의원도 김 의원에 대한 논란에 대해 "지금 우리 당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대고 있는데"라며 공천 과정에서 자신을 지원하지 않은 김 의원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박종근 의원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인 만큼 발언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권오을 의원은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중심이 대구.경북이라고 했으나 공천과정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며 "선거 후에라도 우리 몫을 되찾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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