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백조일손 유족회' 이사 이도영박사

입력 2000-02-21 14:56:00

"한국전 직후 양민학살로 인해 저의 부친과 조부, 집안에서 2대가 억울하게 희생됐습니다.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이 대구·경북 지역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전 직후 양민학살 관련 미국 비밀문서를 발굴한 '제주도 백조일손 유족회' 이사 이도영 박사가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부 관계자와 대구·경북지역 피

해자 유족들을 만나기 위해 20일 대구를 방문했다.

제주도 출신인 이박사는 1950년 8월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자행된 예비검속 및 집단학살 과정에서 부친을 잃었다. 제주지역 유족들은 7년여만인 1957년 7월쯤 집단학살이 자행된 '섯알오름'에서 시신을 발굴했으나 제대로 구분할 수 없어 132기의 집단 묘역을 조성하는데 그쳤으며 4·19혁명 직후인 1960년 6월에야 위령비를 세울 수 있었다. 비석에는 '100여 할아버지의 자식들이 한날 한시 한곳에서 죽어 뼈가 한데 묻혔다'는 뜻인 백조일손지지(百祖一孫之址)라는 비명이 새겨졌다.

그러나 5·16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이 박사의 조부가 회장을 맡았던 '백조일손 유족회'는 해체되고 위령비는 파괴됐다. 조부는 유족회 관련서류를 군사정부에 뺏긴 뒤 정신질환을 앓다 사망했다.

이 박사는 경북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인 1980년대 초 도미, 상담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제주도 탐라대학교에 자리를 잡은 뒤 당시 양민학살사건에 대해 조사해왔으며 지난해 10월엔 미국국립문서보존소에서 관련 서류를 발굴, 국내외 언론에 공개했다.

한편 이 박사가 제시한 사진자료는 대구 인근 지역에서 자행된 학살 과정을 주한 미 군사고문단(KMGA)이 촬영한 것으로 주민들에게 직접 구덩이를 파게 한 뒤 그 구덩이 속에 몰아넣어 총살하고 확인사살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자료에 첨부된 미국 비밀문서는 "이 사진은 남한 당국이 집행한 전형적 처형 방법을 묘사한 것으로 1951년 4월 대구시 인근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박사는 "미국인이 학살현장을 참관하는 장면이 보이는 등 미국도 당시 양민학살에 깊숙이 개입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제주지역 차원에서 대 정부 소송준비를 시작했지만 같은 피해자인 영호남 유족들과 협의, 사안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金炳九·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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