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중심 '역 쿠데타' 움직임

입력 2000-02-19 14:49:00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이 점점 가시화되면서 내분 상황이 심화일로를 걷고 있다.

당내적으로는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소외된 비주류 중진들을 중심으로 공천 전면 재검토 요구 투쟁 기류도 감지되고 있고 당 외부적으로는 낙천자들이 중심이 돼 외부 인사들과 연대, 새로운 정치세력 출현까지 도모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맨 가운데 허주(김윤환 고문)가 자리잡고 있다. 허주가 다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공천탈락설을 접한 18일 "내가 대통령후보와 총재를 만들어 줬는데 이렇게 배신할 수가 있느냐"면서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자택에서 낙천자들과 지지자들의 전화와 방문을 받던 김 고문은 하루가 지나면서 새로운 구상의 구체화에 나서고 있다.

김 고문은 19일 낮 이기택 고문과의 회동을 통해 이회창 총재에 대응하는 새로운 정치세력 규합과 연대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 고문의 반발 강도도 만만치 않았다. 이 고문은 18일 밤 자택에서 공천심사위원의 금품수수설을 거론하며 전면 재심의를 요구했다. 공천에 따른 후유증이 금전 파동으로까지 번지며 일파만파로 추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고문계는 집단행동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고문의 구체적 행동이 가시화되는 것은 20일. 그는 이날 지역구인 구미로 내려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로 했다. 물론 어느 정도 대응수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구미에서는 대규모 당원대회를 통해 이 총재의 공천 부당성을 규탄할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 고문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당장 이기택 고문, 조순 명예총재를 비롯한 비주류 인사들과의 연대를 통한 세력화로 추측되고 있다. 세력화의 기반이 영남권이라는 점에서 지역민심을 얻기 위한 이 총재와의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고 있다.

허주는 지역 민심과 관련,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지역민심을 배신하는 이 총재를 대구.경북이 그냥 둬서는 안될 것"이라며 지역민심의 향배에 온 신경을 다 쓰는 모습이었다. 결국 자신이 기댈 곳은 지역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이 총재 측도 김 고문 거세에 대한 대구.경북지역에서의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지역의원들에 대한 다독거리기에 나서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 고문의 서초동 자택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윤원중 의원과 박창달.이원형 위원장 등 공천탈락 측근인사들이 모여 대응책을 논의했고 전날 밤에는 강재섭 의원까지 들렀다. 대구에서 고립무원지경이 된 강 의원은 일단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상우 국회부의장과 한승수 의원, 박재욱 전의원 등 상당수의 낙천인사들이 전화를 하는 등 허주가 그리는 큰 그림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한편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이 밀었던 구 민주계 인사들도 '동반탈당후 무소속연합 구성'등 집단행동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측은 김.이 고문에게 비례대표 출마를 권유하며 설득에 나설 예정이나 두 고문의 감정이 가라앉는 등 냉각기를 거친 후 접촉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徐明秀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