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담배 피우는 집에 사는 집

입력 2000-02-16 14:17:00

사람은 하루에 건량(乾量)으로 1.5㎏의 식사를 해야 하고, 음식물의 수분까지 합쳐서 3㎏의 물을 먹어야 하며, 13㎏의 공기를 마셔야 살아갈 수 있다. 40일간의 금식이나 7일간 물을 마시지 않고 견딜 수는 있으나, 7분간만 숨을 쉬지 않으면 저 세상으로 아주 가게 된다.

공기를 끊임없이 호흡함으로써 지표상의 모든 동식물이 생명을 부지하며, 공기가 비와 바람을 일으켜서 여러 지역에 일정한 산소와 수분을 분배하여 비로소 다양한 생명체의 삶이 유지되게 된다.

근래들어 공장과 자동차로부터 분별없이 배출되는 매연은 깨끗한 자연공기를 크게 오염시켜 매년 지구상에서 경상북도 크기의 땅이 황폐해지고 그 속의 수많은 생명체들은 죽음으로 몰리고 있다. 오염을 일으키는 먼지의 크기는 대개 0.00005~0.05㎜ 범위이며, 이들이 인체에 흡입될 때 큰 먼지는 주로 코 속의 털 필터에 부착되며, 중간 것은 주로 기관지 벽에 부착되고, 그리고 작은 먼지는 폐 속에 흡인 부착되게 된다. 자연에서 발생한 흙먼지는 폐나 기관지에 붙어도 별로 유해하지 않다. 그러나 인간이 발생시키는 공장 및 자동차 배진과 담배연기는 그 자체가 발암성 물질인 미연소 탄소일 뿐만 아니라 강력한 발암물질인 하이드로카본을 그 표면에 다량 용착하고 있어서 치명적인 폐암.기관지암의 주원인으로 공인되어 있다.

선진국에서는 폐암.기관지암이 사망률 1위의 병이나, 국내에는 현재 위암 다음의 2위이지만 청소년 흡연률 세계 1위 등의 추세에 따라 곧 1위가 될 전망이다. 특히 여름이나 겨울철의 문 닫힌 방 속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같이 있는 경우 비흡연자는 간접 수동흡연되어 흡연자보다도 훨씬 더 유해하게 된다. 이때는 흡연자 폐 속에 들어갔던 공기를 비흡연자가 다시 자기 폐 속으로 흡인하게 되어서 공기에 관한한 서로 네 배 속, 내 배 속이 없는 매우 밀접한 사이가 되게 된다.

담배를 피우는 집에 사는 쥐도 담배를 안 피우는 집에 사는 쥐보다 폐암.기관지암의 발병률이 1.4배로 높다고 한다. 담배 피우는 집에 살다가 폐암에 걸려 죽어가는 힘 없는 쥐는 주인집에 변상요구도 못하고 이 IMF에 더욱 불쌍해졌다.

문재덕.경북대 교수.전자전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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