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腦死) 등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뒤 1년간의 경과기간을 거쳐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을 의결함에 따라 9일부터 뇌사가 공식 인정되고 그동안 무법(無法)상태에서 행해졌던 장기이식도 합법화 돼 뇌사자 장기 배분에 있어서도 효율성과 공정성을 기하게 됐다.
이에따라 앞으로 발생하는 뇌사자는 모두 국립의료원 산하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뇌사 장기는 혈액형이나 조직적합형이 일치하는 등 의학적으로 이식 가능한 환자에게 우선 순위에 따라 배분된다.
의학적 기준이 동일한 경우에는 △장기기증 유경험자 △연소자 △장기 대기자 △응급환자 등의 순으로 우선 이식 대상자를 정한다.
또 전국을 1권역(서울·인천·경기·강원·제주), 2권역(대전·광주·충남·충북·전남·전북), 3권역(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으로 구분, 장기를 기증키로 한 뇌사자가 속한 권역내에서 이식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뇌사자 장기이식 및 적출은 배우자나 부모, 14세 이상의 자녀나 형제·자매의 동의로 이뤄지며 뇌사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더라도 사후 가족의 반대가 있으면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장기이식 수술은 이식수술을 시행 중인 경북대병원·동산병원·영남대병원 등 전국의 56개 의료기관이 오는 8월8일까지 종전대로 맡고 그 이후에는 충분한 의료인력과 시설, 장비를 갖춘 의료기관에 대해 수술을 재허용하게 된다.
현재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뇌사판정 의료기관은 경북대병원 등 전국의 58개 병원이고 뇌사자 장기적출 의료기관은 영남대병원 등 전국 22개 대형병원. 뇌사판정은 자격이 주어진 병원마다 신경과 전문의를 포함한 3명 이상의 전문의와 종교인·법조인 등 7~10명이 참여한 뇌사판정위원회에서 3분의2 이상의 출석과 출석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이번 법안에서는 무단 장기적출이나 장기 밀거래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엄격히 확립됐다. 16세 미만으로부터 장기를 적출하거나 본인 동의 없이 장기를 적출하면 무기 또는 2년이상의 징역, 타인의 장기를 밀매 하거나 교사·알선·방조하는 경우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콩팥이나 부분 간이식 등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 기증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를 통하지 않고서도 일정한 절차만 밟으면 수혜자에게 적접 장기를 줄 수 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관계자는 "순수한 의도로 장기를 기증하는 경우와 기증자~수혜자를 연결하는 경우엔 장기 불법매매가 아님을 뒷받침하는 소정의 서류만 갖추면 승인을 해 줄 방침"이라고 했다.
지역의 장기 기증 및 이식 희망자 등록창구는 경북대병원(420-5334)=김성자(52), 동산병원(250-7969)=주신헌(38), 영남대병원(620-4468)=김명희(34)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간호사)가 각각 맡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대부분 병원들은 아직까지 신장과 각막 이식 수술에만 성공 사례를 갖고 있을 뿐이어서 정부가 인정한 간·폐·심장·췌장 등으로까지 이식수술 범위를 확대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전까지 등록을 마친 대기자는 그전의 장기운동본부나 병원의 대기 기간이 인정되고 9일부터는 국립장기관리센터에 등록한 날부터 대기 기간을 산정, 우선 순위를 정한다.
대구·경북지역 뇌사판정 의료기관으로 경북대병원 등 대구시내 3개 대학병원과 순천향구미병원·한동대 선린병원(포항) 등 5개 의료기관이 등록한 상태다. 뇌사판정은 권역별로 지정 병원들이 순번제로 하게 된다.
그러나 뇌사 인정 및 장기 기증에 의한 장기 이식이 우리사회에 '새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창구로 뿌리내리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뇌사판정과 장기적출, 이식수술에 이르는 절차가 너무 복잡해 시간을 다투는 장기이식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수술 성공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동산병원 장기이식팀장인 조원현(일반외과) 교수는 "뇌사 판정과 이식에 이르는 과정이 종전 한 병원에서 이뤄질 때 보다 훨씬 길어져 장기 이식이나 뇌사 판정을 기다리다 죽게 되는 환자가 더 많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권역별로 구분, 뇌사자 장기를 그 지역 환자에게만 배분함에 따라 서울에는 이식희망자, 지방에는 뇌사자가 많아 장기 수급의 불균형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장기 적출과 이식 수술에 드는 수천만원의 비용 부담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편 우리나라의 뇌사자 장기 이식은 88년 서울대병원이 뇌사자의 간을 적출, 이식한 것이 처음이다.
▨외국의 경우
현재 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나라는 미국·영국·프랑스·핀란드·일본·대만 등 16개국. 지난 1971년 핀란드의 국민보건국이 '시체 조직의 적출에 관한 훈령'을 공포함으로써 뇌사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68년 장기 기증을 합법화 했던 미국은 83년 뇌사를 공식 인정, '장기분배기구(UNOS)'가 장기분배를 전담하고 있다.
68년 홋카이도 삿포로의대 와다주로 교수가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한뒤 살인죄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뇌사논쟁이 시작됐던 일본에서는 30년만인 98년6월 뇌사가 공식 인정됐다.
▨뇌사란
사고와 판단 기능을 맡고 있는 대뇌피질은 물론 맥박과 호흡 등 기본적인 생명활동을 주관하는 뇌간(腦幹)까지 파괴돼 뇌 기능이 정지된 상태로 의학적으론 완벽한 죽음을 의미한다.
뇌사(腦死) 상태에서는 심장이 뛰고 체온은 따뜻하지만 정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전무하기 때문에 심장과 폐가 정지된 사망과 동일하다. 뇌사에 빠지면 인공호흡기로 일시적이 생명 유지는 가능하지만 대사기능이 떨어지면서 1주일 이내 사망한다.
뇌사는 △치료 가능성이 없는 원인질환이 있어야 한다 △혼수상태로 자발적 호흡을 못해 인공 호흡기를 장착해야 한다 △마취제나 수면제 등 약물중독이나 간성혼수·저혈당혼수 등 내분비장애의 증거가 없어야 한다 △32도 이하의 저체온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출혈 등으로 인한 쇼크가 아니어야 한다는 등 5가지 선행기준을 확인한 뒤 판정기준을 적용토록 돼 있다.
뇌사판정은 △꼬집기 등 외부 자극에 전혀 반응이 없는 깊은 혼수 △소생 가능성이 없는 자발적 호흡 소실 △양쪽 눈 동공이 완전 풀린 상태 △눈에 빛을 비추었을 때 동공이 축소되는 광반사 등 뇌간기능이 살아있음을 의미하는 7개의 반사기능이 모두 소실 △경직현상이 없어진 상태 ▲인공 호흡기를 잠시 떼었을 때도 전혀 숨을 쉬지 않는 등 6가지 검사를 6시간 지난 뒤 재차 실시하고 뇌기능 상실을 의미하는 평탄뇌파를 30분이상 확인한 후 하게된다.
黃載盛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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