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겐 문제가 없는가? 여자들을 위해서는 '여성운동'이 있는데, 남자는 승자이기만 할 뿐이어서 행복하기만 한 것일까?
'남자다움'(Manhood)이라는 본래 제목을 가진, '남성 심리학자가 남자에게 말하는 남자의 생(生)'(북하우스 펴냄)이라는 번역본은, 전혀 낯선 시각을 갖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로서는 드물게 만나게 되는 호주인 저술가 스티브 비덜프. 심리치료 분야의 가족 상담 및 부모 역할 전문가로 소개돼 있고, 이 책도 그런 분야를 다룬다.
비덜프는 여성운동에 맞먹는 '남성운동'을 주장한다. 그러나 여성운동이 여성의 사회적 억압에 대한 해방을 지향하는 것과 달리, 남성운동은 남자들이 처한 심리적 어려움으로부터의 해방을 목표로 한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참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 그러자니 행복한 남자가 드문 것은 불가피한 결과. 거개가 반쪼가리 삶을 살고, 항상 스트레스와 노이로제에 시달린다. 이 점에서 여자들과 큰 차이가 있다. 남자들은 심리적으로 고립.단절돼 있고, 인격의 성숙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 났을까? 저자는 성장 과정에서의 불완전한 대 아버지 관계에서 원인을 찾는다. 소년이 되면서 남자는 자기의 성장 모델을 만나고, 그와 대화하며 자신을 다듬어 가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모델이 돼야 할 아버지는 늘 부재 중이다. 수십㎞씩 떨어진 직장에 갔다 온 아버지들은 늘 지쳐 있고, 아들과의 대화는 극히 폐쇄적이다.
모방 모델을 잃은 아들은 점차 외로움에 빠져들고, 타인들과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몰라 늘 혼란스러워진다. 친구라는 것도 사실상 없다. 그로인한 두려움 때문에, 아들은 점차 꾸미는 일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고, 그럴수록 고립은 심화된다. 남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밀도있는 훈련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덩치만 커질 뿐, 걸맞은 내적 변화는 동반하지 못한다. 이제 남자가 할 수 있는 말은 잘해야 "난 괜찮아"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는 엉망이면서도.
아버지 부재 상황은 사회적으로도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딴 곳에서 성장 모델을 찾으려다 보니 비뚤어진 조직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선 전혀 모델감이 못되는 불과 한두살 위 보스를 따라 배우게 된다. 폭력.성폭력 등등의 여러 문제들도 거개가 이런 결함 때문에 심리적 불가피성에서 초래되는 것들이다. 학교에 남자 교사가 필요한 이유도 성장 모델의 제시에 있다고 이 책은 풀어낸다.
비덜프의 책은 그러나 이론서가 아니다. 진정으로 남자를 고립으로부터 해방시킬 여러 방안, 남자의 그런 문제성을 부인이 이해해야 할 필요성, 가정에서는 아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등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상담 치료적인 책. 그러나 이런 종류의 책에서는 역시 외국과의 문화적 차이가 많이 느껴지는 것이 한계라 싶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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