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돈보따리 싸들고 서울로 가고, 벤처들은 그 돈 받으려 다시 서울로 가는 판국이죠"
지난해 9월부터 1억2천만원으로 엔젤 투자에 뛰어든 김모(41)씨. 주식에서 엔젤로 방향을 바꾼 김씨는 매주 서울행 비행기를 탄다. 자신이 가입한 엔젤 클럽이 서울에 있고 연일 열리는 투자 설명회 참석과 정보 수집을 위해서다.
"대구에도 엔젤클럽이 있지만 활성화 되지 않았고 이익 실현이 힘들 것 같다"는 김씨는 "친척과 친구 등 4명과 함께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ㅁ사는 다음달 서울에서 투자설명회 일정을 잡았다. 설명회를 주선한 클럽측이 300여명의 예비 투자자를 이미 확보해 놓아 이 업체는 5억원 정도의 자금을 받을 계획이다. 업체 관계자는 "엔젤 사무국측에서 일 처리를 잘하고 있어 자금 유치에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며 "지역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분들이 개인적 투자를 제의하지만 모두 사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처 붐을 타고 관심을 더해가는 엔젤투자.
그러나 지역에서는 수요와 공급은 있지만 이에 걸맞은 '시장'은 없다.
고작 2개의 엔젤 클럽이 활동하고 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개방형 클럽은 초기 단계를 벗지 못한 '대구.경북 엔젤'이 전부다.
"투자자와 기업 모두 엔젤이란 새로운 환경에 익숙지 못합니다. 두 집단을 중계하는 엔젤 사무국의 역할 또한 아직 미미합니다" 우도경영연구소 서상수 소장(대구.경북 엔젤 부회장)이 밝히는 지역 엔젤의 척박한 현실.
우선 벤처기업이 느끼는 투자자의 '성향'이 걸림돌.
"엔젤은 순수 투자자와 기업 이윤을 뺏으려는 블랙, 그리고 지위나 경영권을 얻으려는 사람 등으로 나눌수 있는데 지역 투자자 상당수가 마지막 부류에 속합니다" 게임소프트 웨어 업체를 운영하는 정모(36)씨는 "투자제의를 하는 이들이 꾸준하지만 순수 투자의 입장을 가진 이는 드물다"며 "개인적으로 엔젤 자금을 받은 벤처중 투자자의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후회하는 이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물론 벤처들의 '보수적'인 경영관도 지역 엔젤 붐을 막는 이유중 하나다.
서상수 소장은 "벤처 기업가의 상당수가 아직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의 정보나 자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현실을 뒷받침할 지방정부나 관련 기관의 '역할 부재'도 무시할 수 없다. 대구상공회의소가 맡고 있는 대구.경북 엔젤의 사무국 실무 직원은 고작 1명. 성장성 있는 벤처의 발굴이나 경영 지도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이런 환경은 찾아오는 투자자의 발길을 서울로 돌리게 하는 악순환의 연결 고리가 된다.
대구.경북 엔젤 이종학 대리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이 실행중이지만 자체적으론 한계가 있다"며 "현 상태에서 지역 엔젤 붐을 일으키려면 시,도나 관련 기관의 좀더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필수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李宰協기자
▨엔젤=엔젤이란 미등록(미공개)된 유망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뒤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배당이나 주식양도 차익을 통해 고수익을 얻는 개인 투자자를 말한다. 물론 벤처기업이 실패할 경우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리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천사처럼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에 엔젤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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