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남아선호(男兒選好)사상이 가장 강한 지역이 어딜까. 말할 것도 없이 경상도 지역이고 그중에서도 대구.경북지역이다. 대구.경북지역 사람들만큼 아들 좋아하고 아들 낳기 바라는 사람들은 이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할 것이다. 물론 세계의 유수한 나라들과 비교할 때도 그러하고, 후진국들과 비교할 때엔 더더욱 그러하다.
세계 대다수의 나라들은 '하느님 법칙'대로 애를 낳는다. '하느님 법칙'은 여자아이 100명에 남자아이 105명을 낳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여자아이 100명에 남자아이 115명이 넘게 생산하고 있다. 하느님 질서를 어겨도 3배 이상 어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정도도 대구.경북지역에 들어서면 약과다. 대구사람들은 여자아이 100명에 남자아이 121명을 낳고, 경북사람들은 124명 이상을 낳고 있다. '하느님 질서'를 문란시켜도 보통으로 문란시키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4배에서 5배로 부수고 있는 것이다.
부산.경남 사람들도 이보다는 낮다해도 다른 지역에 비하면 까마득히 높다. 부산의 경우 남자아이 수는 119명이고, 경남의 경우는 120명이 더 된다. 전국적으로 성비(性比)가 가장 낮은 곳은 전북으로 110명이고, 그 다음이 광주 112명이다. 남아선호도가 가장 낮을 것으로 생각되는 서울도 113명이 넘는다.
대구.경북지역이 이같이 유달리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것은 유교사상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어서일 것이고, 농업사회의 유습에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사회 의식이 여전히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 대구.경북지역이 이 '사상'과 '유습'과 '의식'이 가장 '치열하게' 작동한 지역이고, 따라서 치열하게 교차하고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한편으로 보면, 변화에 그만큼 둔감하고, 발전에 그만큼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남아선호사상은 우리의 경우 비례대표제에서 여성후보를 30%나 배정할 만큼 의미없는 것이 되고 있다. 수능고사, 대학입시, 주요 국가고시에 여자 수석이 보통으로 나올 만큼 남자우위시대는 갔다. 호주(戶主)도 남자 전유시대는 지났다. 후손으로 이어지는 성(姓)도 아버지 성(姓) 독점 시대는 이미 끝났다. 아버지 어머니 성을 같이 쓰는 사람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내 아들이 낳은 아들이 내 성을 그대로 가져가리라는 보장은 하나도 없다.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는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우수하다. 국가대표선수에서 이는 흔히 보는 일이지만, 학문적으로도 비율면에선 남자보다 여자의 성공도가 훨씬 높다. 가장 간단한 예로 박경리 선생의 '토지'에 비견할만한 대작을 쓴 남자가 누가 있느냐. 더구나 시대는 정보화시대고 소프트웨어 시대다. 이제는 두뇌만으로는 안되고, 가슴도 함께 작동해야 살아나는 시대다. 이성만큼 감성이 요구되고 뇌의 지력(知力)만큼 가슴의 심력(心力)이 요구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남자들은 40세도 되기 전에 가슴이 화석화(化石化)한다. 감동이 없고 느낌이 없고 감격하지 않고 떨림이 없다. 가슴이 마치 돌덩어리처럼 굳어서 기계적으로밖에 행동하지 못한다. 감관(感官)의 작용이 완전히 메말라 있는 것이다. 거기에 너무 부패하고 너무 싸움을 한다. 너무 비도덕적이고 너무 비윤리적이다. 도덕적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남자들의 체내 에너지 탕진도는 세계 어느 나라의 남자에도 비교할 바 없이 높다. 그 명명백백한 증거가 우리 50대 남자들의 사망률이다. 그 사망률은 세계의 평균보다 훨씬 높다할 만큼 '세계적'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기대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유일의 인적 자원은 여자뿐이다. 남자들에 비해 두뇌도 우수하고, 감성의 작용도 월등하고, 무엇보다 덜 부패하고, 덜 싸운다. 따라서 체내 에너지 비축도가 남자보다 훨씬 크다. 당(唐)나라의 유명한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읊조렸듯 '마침내 천하의 부모 마음 아들 낳기를 중히 여기지 않고 딸 낳기를 중히 여기더라(遂令天下父母心 不重生男重生女)'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럼에도 시대의 도래(到來)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 대구.경북에 가장 많다니, 우리 역사에서 유일하게 세 여왕을 낳았던 신라를 생각하면, 역사는 확실히 반어적(反語的)인 것인가.
연세대 교수.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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