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연다 (11)일성기계

입력 2000-02-07 14:36:00

일성기계공업(주)은 외산이 판치는 국내 섬유산업 현장에서 세계 최고의 염색가공기 메이커를 자부하며 국산의 자존심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자부심은 기술수준 및 시설면에서 검증받고 있다. 특허권, 실용신안권 등 일성이 보유하거나 출원중인 공업소유권은 50여 종류가 넘는다.

매출액 대비 4%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있고 전체 종업원의 10% 이상이 연구인력이다. 88년부터 매년 적게는 2건, 많게는 8건씩 정부지원 아래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덕분에 일성은 염색가공기 분야에서 세계 일류기업들과 당당히 맞서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90여 종류가 넘는 각종 설비도 수준급이다. 종업원 200명이 채 안되는 중소기업이지만 일성은 대기업도 보유가 쉽지 않은 5면(面)가공기를 이달중 추가되는 1대를 포함해 3대나 갖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기술과 설비는 화려한 수상경력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수상한 각종 훈·포장만 19개나 된다. 62년 대구에서 일성기계제작소로 출발한 뒤 80년 구미산업단지 이전을 계기로 외형도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매출액이 503억원에 이르렀고 올해도 10% 이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성의 목표는 매출증대가 아니다. 염색가공기 100% 국산화에 도전한다는 게 진정한 목표다. 국산 기계가 개발되지 않아 외산을 비싼 값에 사야 하는 품목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9년전 착수했다가 타산이 맞지 않아 그만두었던 날염기 개발에 최근 다시 뛰어들어 성공시켰다. 국내 경쟁업체의 부도로 일본 기계제작회사가 독주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채산성을 떠나 생산에 들어간 것이다. 98년부터 인쇄기 및 자동화기기 생산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창업 2세인 김재영 상무는 "염색가공기 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안정된 경영기반이 급선무"라며 "비섬유기계 생산규모를 일정 정도 유지해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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