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심사 못믿겠다"

입력 2000-02-04 15:06:00

공천 물갈이설이 파다한 가운데도 조직적 반발을 자제해 오던 구 민주당 출신의 이기택(KT)계 인사들이 당의 공천작업의 신뢰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집단행동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나라당 주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기택 고문을 비롯한 민주동우회 인사들은 3일 모임을 갖고 공천심사의 불공정성에 대해 집중 성토했다. 이들은 여의도연구소가 실시해 제1의 근거자료로 삼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참석자들은 "신뢰할 만한 민간 여론조사기관에 의한 재조사를 실시하자"며 "일부 인사들의 입맛에 맞도록 나온 조사결과에 대해 승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례로 이들은 수십년을 한 지역에 살았고 몇 차례나 각종 선거에 출마한 사람에 대해, 지지도도 아닌 인지도가 정치신인보다 낮게 나온 결과를 승복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를 근거로 공천을 강행할 경우 승복하지 않고 실력행사로 나가자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로 지난 주말 한나라당 주변에는 민주동우회 인사들의 당사 점거농성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기도 했다.

이 고문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얼마남지 않은 만큼 최선을 다하자"며 독려한 뒤 "(내가)행동(실력행사)에 옮긴다면 잘못을 바로잡고 정계를 떠날 것"이라고 굳은 결의를 나타냈다.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만큼 모든 것을 내걸겠다는 결의 성격이었다고 한다. 통합 당시 지분율 30%는 진작에 포기했다고 해도 계보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몫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지다.

이 고문은 이날 북아현동(이 고문의 자택)을 방문한 정창화 정책위의장을 통해 이회창 총재 측에 민주동우회 측 분위기와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전국 각지의 KT계 핵심인사들에 대한 구체적 행동요령도 시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KT계가 제시한 마지노선은 15석. 현재 KT계 위원장의 수가 52명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세 축소다. 이런 양보도 수용하지 않으려 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날 1차 모임을 가진 KT계 인사들의 결의였다. 설연휴에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 주변에는 전운(戰雲)이 가시지 않고 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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