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둘째 아이는 아침부터 인터넷 TV에 눈을 붙인 채 꼼짝도 않는다. 인터넷 TV의 채널 수는 약 500개이고 어린이용 프로도 100여 개에 달한다. 제 생일에 인공 지능을 가진 로봇 강아지를 사주었지만 아이의 관심은 열흘도 가지 않았다. 로봇 강아지는 30cm 키에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말도 할 줄 안다. 하지만 매일 바뀌는 인터넷 TV에 비하면 너무 단순하다.
아내는 자기 방에서 스키를 타거나 테니스와 골프를 친다. 가상현실이지만 알프스 산맥의 경사 30도 언덕을 멋있게 활강한다. 잘못된 자세는 곧바로 교정 받을 수 있다. 결혼할 무렵 아내는 테니스를 칠 줄 몰랐지만 지금은 나와 맞대결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골프나 스키 솜씨는 나보다 훨씬 뛰어나다. 늘 스포츠를 즐기는 덕분에 아내는 군살이 별로 없다.
가상현실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가정에서 실험도구나 연주기 없이 실제와 똑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딸아이는 매일 원격 음악 강습을 받았다. 악기는 하나도 없지만 집안엔 늘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해외여행을 하는 대신 여행 프로그램을 주입받는다. 대구에만 가상여행 서비스 업체가 다섯 군데다. 가정용 소형 컴퓨터의 가상 체험이 혼자만의 대뇌인식이라면 서비스 업체의 대형 컴퓨터는 동행인과 함께 하는 기억을 주입받을 수 있다. 물론 여행 중에 나누는 대화도 대뇌의 추억 코드에 기억된다.
2020년부터 시작된 일반인의 우주 여행은 아직 부유층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다소 무리를 한다면 월급쟁이들도 못할 것은 없다. 우주 여행을 하려면 일주일간 무중력과 가속도를 견뎌내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받아야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집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대신 어두운 방에 혼자 웅크린 채 컴퓨터와 씨름하느라 정신없다. 만화방이 있는 골목을 서성대거나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며 뛰놀던 내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더 이상 '왕따'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대상과 가상의 놀이를 즐기면 그만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왕따'가 돼버린 셈인지도 모른다.
曺斗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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