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왜 이리 힘든지…"
아직까지 IMF 한파의 고통이 끝나지 않은 사람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지만 근로자들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IMF체제가 되면서 우리는 고통분담을 감수했다. 집에 있는 돌반지를 내놓고 월급이 깎여도 '위기'라는 상황에 모두 묵묵히 견뎌냈다.
살아 남기 위해선 외국자본을 유치해야 하고 또 이를 위해선 우리의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구조조정이란 말로 직장에서 잘려도,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해 자신의 신분이 '계약직'으로 추락해도 참아야 했다.
그리고 2년 뒤. 이제 사실상 IMF는 졸업했다고들 한다.
성장률은 높아지고 실업률도 떨어졌다. 그리고 '정보통신 강국'이란 새 천년의 화두 아래 그 어느 때보다 사회는 '희망'에 넘쳐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의 표정은 달랐다. 그들은 아직 '절망'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시대에도 이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일하다 허리를 다쳤다는 50대 초반의 건설 노동자는 이제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버틸 힘이 없어 현장을 떠났다고 했다.
'돈내기'란 이름으로 강요되는 하루 15시간의 중노동. 일당은 일을 끝내고 한달 뒤에나 겨우 받을 수 있다고 한다. "10만원이던 일당이 5만원이 됐지만 그나마도 20, 30대가 아니면 일자리도 없습니다" 자식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그는 "일제 때는 일당 대신 전표라도 받아 돈으로 바꿨다는데 요즘 '노가다' 일당은 고용주 마음대로"라고 했다.
금속공장에서 만났던 30대 중반 근로자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엄청난 흑자를 냈다고 하는데 월급은 IMF체제 이전보다 20%나 깎였습니다" 그는 매일 출근하지만 '일용직' 인 탓에 '내일'이 두렵다고 한다. 이들은 아직도 '고통 분담'을 하고 있다. 자신의 탓인지, 고용주 때문인지, 사회전체의 책임인지…. 혼랍스럽기만 하다.
그들은 왜 아직도 그 고통을 참아야 하는지 그 답을 얻지 못하는 것 같았다.
특집기획부 이재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