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밀수를 근절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사전속에서나 있을법한 것.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진배없다. 3천㎞에 달하는 긴 해안지역을 통해 이뤄지는 밀수는 주로 광둥(廣東)성의 주장(珠江)삼각주일대와 푸젠(福建)성의 샤먼(廈門)등 동남 연해지역이 그 배경이다. 특히 최대의 밀수 창궐지역인 주장 삼각주는 쾌속정을 이용해 강하구로 진입한 뒤 복잡한 수로를 통해 밀수품인 저우쓰훠핀(走私貨品)을 전광석화처럼 양륙하는 데엔 세관이나 공안경찰은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다. 주룽지(朱鎔基)총리가 오죽했으면 "밀수근절에 핵폭탄과 항공모함만 빼고는 어떤 장비든 동원하라"고 했을까. 주총리는 또 "밀수품을 적발하면 이를 적발해낸 기관에 50%, 나머지는 지방정부에 주겠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는 밀수가 근절되는 것만으로 만족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무려 200여명의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푸젠성 샤먼시의 초대형 밀수사건이 장쩌민(江澤民)주석을 포함한 최고지도부의 권력투쟁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당초에 한화 약 12조원 규모로 알려진 이 사건은 갈수록 밀수규모도 커질뿐 아니라 그 파장은 아예 측량을 불허한다. 장주석의 측근인 자칭린(賈慶林)정치국원의 부인이 연루돼 있는 것만도 빅 뉴스인데 밀수의 창구인 위안화(遠華)집단의 수사를 건의한 주총리를 장주석이 막으려했다는 사실부터 사건은 커지게 돼 있었다. 또 장주석에게 등이 떼밀려 물러났던 챠오스(喬石)전 전인대상무위원장의 인맥이 사건의 수사실무를 맡고 있어 장주석이 맞고 있는 곤경을 짐작하게 한다. 중국정부는 이 사건을 계속 보도관제하고 있지만 홍콩언론들은 가히 대목장을 방불케 한다. 이미 당중앙위 간부들로 구성된 장주석 반대파가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등 마치 옆에서 본듯이 보도를 하고 있다. 수사가 한창인 판에 주요 용의자인 샤먼시 부시장 란푸(藍甫)가 베이징소환직전에 해외로 빠져나갔다. 중앙에서 내려간 특급수사관 300명이 포진한 가운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이 사건의 복잡성을 말해준다. 중국은 나라가 큰 만큼 국가적 고민도 비례하는 모양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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