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초강경분위기 배경

시민단체의 낙천자 명단 발표로 촉발된 자민련의 강경 분위기가 여권 공조파기 수순으로 치닫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절정을 이뤘다.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헌정질서 파괴 책동 분쇄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이한동 총재권한대행은 "공조니, 연합공천이니, 공동정부니 하는 모든 미련을 오늘 던져 버리자"며 사실상의 공조파기를 선언했다. 이 대행은 게다가 "이제 민주당에 대해 더이상 내각제 합의약속을 구걸하지 않겠다"며 절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민련의 강경 분위기는 김종필 명예총재의 의중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행의 이날 발언도 김 명예총재와 무관하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행의 발언으로 2여 공조는 깨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26일 김 명예총재와 이 대행이 이 문제를 깊숙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결국 자민련이 공동여당에서 야당으로의 변신을 머뭇거리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자민련이 이처럼 강경분위기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우선 시민단체 명단 발표 후 결집하고 있는 충청권의 분위기에 고무된 것 같다. 여권으로부터 박해를 받는 JP이미지 부각으로 충청권 표의 결집이 두드러지면서 강경무드가 총선전략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이제 충청권은 완전히 석권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또 자민련은 제 2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에서의 득표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반 DJ정서가 강한 이 지역에서 자민련이 현 정권을 집중 공격할 경우 부수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TK의 핵심 당직자는 "시민단체 명단발표에 대해 한나라당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자민련 TK에 탈출구가 마련됐다"며 그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당직자는 심지어 "한나라당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운동권 출신들이지 않느냐"며 "이번 총선에서 자민련이 보수세력의 결집을 이뤄낼 경우 보수적인 대구.경북도 돌아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밖에도 연합공천 무용론도 자민련을 강경 분위기로 이끄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사실상 연합공천이 어려운 마당에 자민련이 먼저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나서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공조가 잘돼도 몇몇 자리의 상징적인 연합공천밖에 안된다"며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여러 정황상 자민련의 공조파기 움직임은 4월 총선에서 결코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李相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