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시장 안정책은 미봉책

입력 2000-01-26 15:32:00

나라종금 영업정지사태 및 2·8대우채 환매대책이 발표되고도 증시가 폭락하고 광주은행의 현금인출사태가 빚어지고있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시지않고있는 현상으로 여겨진다. 물론 증시의 폭락은 미국증시의 영향과 유가급등 등에 직접적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고 광주은행 사태도 나라종금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실무근의 부도위기설이 원인이란 게 은행측의 설명이고 보면 이번 대책의 범위밖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증시나 일부 지방은행의 이같은 불안현상이 그러한 직접적 원인문제가 해소된다해도 저절로 안정을 되찾게될지는 미지수다. 대우사태 문제가 아직 확실하게 매듭지워지지 못한 상태에 있고 올해말로 예금자보호제도 시한이 끝나면 영업기반이 취약한 제2금융기관들의 문제해결 방향이 잡히지않고 있는 것등이 이같은 불안의 배경이 되고있다는 점을 간과해선안된다.

특히 이번 2·8 대우채환매 확대를 앞둔 정부의 종합대책은 돈을 풀어 유동성부족 파동을 막는다는 물량대책을 위주로 하고 있어 투자자에게 충분한 신뢰를 심기에는 성공적이지못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같은 물량대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당장 발생하는 유동성부족은 돈을 풀어서 메울 수 밖에 없다. 현재 환매예상치가 15~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해 자체자금조달가능액과 정부지원액을 합쳐 총36조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웠기 때문에 최악의 환매사태에도 유동성 부족을 겪지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자금시장의 위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단 응급조치를 취하지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이같은 정부의 유동성 확보계획으로 2·8대우채환매확대문제의 해결도 확실시된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의 발표후 금융불안이 가시지않는 것은 이것이 단순한 2·8대우채 대책에 불과할 뿐 금융시장불안의 근본책이 아니기때문이다. 지금의 금융시장 불안은 앞서의 지적처럼 대우사태해결의 불투명성,금융부실·투융부실 등과 관련한 금융시장불신이 근본원인이다. 때문에 2·8환매사태를 해결한다고해서 금융불안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투신업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지않을 수는 없지만 그 불을 껐다고 투융부실·금융부실이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기때문이다금융투자및 거래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지않고는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는 미봉책만으론 금융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신뢰회복 없이는 대량환매사태나 예금인출사태는 언제나 발생할 가능성이 잠복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중앙은행이 시장안정비용을 떠맡는 방식도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금융시장 안정책이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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