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공사장 붕괴

입력 2000-01-26 00:00:00

붕괴된 대구지하철 2-8공구 공사장 지반이 연약하고 충격에 약한 단층(斷層.fault)대로 보인다는 주장이 지질학계에서 종전부터 제기돼 왔으며 시공전 지질조사에서도 단층대와 단층파쇄대가 여러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설계.시공과정에 이같은 지질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데서 비롯된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한지질공학회 98년 8월 논문(장기홍 전경북대교수)에 따르면 지하철 2호 선 남북방향으로 단층대가 2, 3군데 걸쳐 있다고 밝혔으며 이 중 한 곳이 이번 사고구간에 인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시공전 지질조사에서도 붕괴사고가 난 공사구간과 가장 가까운 시추지점의 지하 13~13.3m, 15.8~15.83m 등에서 단층이 발견되고 13.4m~13.5m, 16.5~17m 등에서 단층파쇄대가 발견되는 등 6, 7군데에서 단층이나 단층파쇄대가 나타났다.

단층대는 암석이나 지층이 변형할 때 연속성이 파괴돼 지괴(地塊.땅덩어리)가 분리돼 수평이나 수직방향으로 어긋나게 되는 구조이며 단층파쇄대는 지괴가 어긋나면서 움직일 때 암석이 잘게 분쇄되면서 형성된 지질구조이다.

지질전문가들은 단층대나 단층파쇄대의 경우 대개 침식, 붕괴가 상대적으로 빨리 진행돼 터널 등 토목공사 과정에서 외부 힘을 받을 경우 지층 변형으로 인한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공사 전이나 공사 도중 이같은 지질특성이 발견될 경우 설계나 공법 변경 등이 필요하며 이번 사고 역시 설계.시공과정에서 지질특성에 대해 보다 철저한 점검이 이루어졌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것. 이에 반해 대구지하철건설본부는 25일 붕괴사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고는 설계나 시공상의 문제보다는 지질특성으로 인한 천재지변에 가깝다"고 설명, 사고원인과 문제점을 희석시키려 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사고조사단 김교원(경북대 지질학과)교수는 "사고구간에서 단층이 발견돼 이같은 지질 특성이 설계와 시공에 반영됐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金敎榮기자;

SN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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