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2호선 8공구 붕괴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설계.시공.감리 부실과 함께 파행적인 예산 집행을 빼놓을 수 없다. 부족하고 불규칙적인 공사자금 지원은 결국 장비 및 인력감축으로 이어졌고 현장의 안전불감증을 부채질했다.
지하철 2호선 15개 공구와 3개 지하공간개발사업의 1월 현재 공정은 구간에 따라 29~35%로 차이가 많다. 지하철 공사는 중앙정부의 지원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대규모 공사다. 그러나 정부지원은 들쭉날쭉하고 그나마 IMF이후 격감했다. 이를 보조하는 지방정부 재정도 악화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하철건설본부의 예산확보 방식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 지하철본부는 지난 97년 2호선 착공 이후 공사기간을 기준으로 예산을 잡아놓고 모자라는 예산은 대부분 지방채 발행 등 빚을 내 충당해왔다.
지난해 9월에도 부족한 공사비 500억원과 운영비.부채이자 등을 마련하기 위해 행정자치부 승인을 받아 1천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또 2002년 월드컵행사에 대비한 2호선 공사구간 도로복구계획에 따르는 예산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 500억원 가량을 더 빚내야 할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98년 이후 지하철본부가 각 공구별 시공업체에 대해 공사비 지급을 3, 4개월씩 미루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이는 시공업체의 자금난으로 직결돼 지난해 중반부터 공사현장의 중장비와 인력이 30%가량씩 철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장비.인력의 급작스런 철수는 공정차질과 부실시공의 위험을 증폭시켰고 일부 토목공사는 한창 공사가 진행되다 안전조치도 없이 중단되기도 했다. 2-14공구의 경우 지난해 7월 작업을 하지 않으면서도 복공판 작업구에 안전덮개를 설치하지 않아 추락 및 낙하위험이 있다며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인력축소로 현장근로자들의 안전의식도 크게 흔들렸다. 10명이 일해야 할 곳에 5명만 투입되거나 아예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에서 의욕을 잃은 근로자들에게 성실하고 꼼꼼한 작업을 기대하기는 힘든 일. 지하철건설본부는 근로자들의 안전을 고려, 지난해 10월부터 안전관리 3진아웃제까지 도입했으나 이후 두달 동안 안전모.안전화를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전수칙을 위반한 현장 근로자가 239명이나 적발됐다. 한 근로자는 "언제 갑자기 공사가 중단되거나 인력이 줄어들지 몰라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으로 일한다"며 "책임감이나 안전의식이 현장에서 사라진지는 오래"라고 말했다.
IMF이후 부도위기에 몰린 일부 시공업체와 대기업 시공사는 공사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자 공사를 전면 중단하겠다며 지하철본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지하철본부의 예산집행도 엄포를 놓는 업체에 밀린 공사비를 먼저 지급하는 등 미봉책만 되풀이됐다. 시공업체 한 관계자는 "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 시공업체들은 향후 관급공사 수주 때문에 말도 못하고 속만 끓이는 실정"이라며 "예산집행부터 원칙이 없는 지하철본부가 공사과정에서 원칙을 요구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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