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사장에 추락한 시내버스와 사체 인양작업은 추가 붕괴 위험 속에 119구조대원들의 15시간에 걸친 사투 속에 진행됐다.
구조대가 신고를 받고 도착한 시각은 사고발생 10분이 채 안된 22일 오전 6시20분분쯤. 중부소방서 구조대원 5명은 어둠 속에서 버스가 떨어진 20m 아래 붕괴지점으로 내려갔다. 버스에서 간신히 나온 운전기사 김준동(48)씨가 이마에 피를 흘리는 것을 발견, 들것에 옮겨 병원으로 이송했다.
앞 부분이 하늘을 향한 버스에 들어간 김호제(43)대구중부소방서 119구조대장은 버스기사의 말에 따라 승객 3명을 찾았으나 버스 뒷부분에 얼굴이 드러난 여자승객 1명만 발견했을 뿐 다른 승객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이미 숨진 여자승객은 버스와 토사에 끼여 꿈쩍도 하지 않았으며 깨진 버스 창문을 통해 토사와 아스콘이 계속 흘러들었다. 게다가 천장과 바닥이 맞닿을 정도로 차체가 심하게 찌그러져 작업공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워 물러나고 말았다.
오전 10시20분쯤 150t급 중형 크레인 3대를 동원, 버스 주위 철골 구조물을 덜어내고 버스 인양을 시도했으나 버스가 토사와 철제빔 사이에 꽉 끼여 역시 실패했다. 크레인으로 작업을 할 때 주변의 토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복공판 등 구조물이 떨여져 구조대원들이 6~7차례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오후 2시20분쯤 크레인으로 사고지점 주변의 복공판 수십여개를 치우고 대원들이 토사와 아스콘 제거 작업에 들어갔으며 오후 6시25분쯤 250t급 대형크레인이 투입됐다. 어둠이 짙어가고 눈까지 내려 인양작업은 더욱 어려워졌으나 구조대는 손길을 분주히 움직였고 수백여명의 시민들은 숨죽인채 작업 광경을 지켜봤다.
절단기를 들고 빔을 제거하는 한편 버스주변 흙을 파내는 등 인양작업이 진전되기 시작했고 밤 9시10분쯤 마침내 버스가 크레인으로 인양됐다.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버스와 차체 일부를 절단한 끝에 버스 뒷창문에 3구의 시체가 낀 채 모습을 드러내자 이를 지켜본 수많은 시민들은 안타까운 함성을 토해냈다.
죽음의 고비를 무릅쓰고 구조활동을 벌였던 김 구조대장과 대원들은 "빨리 인양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으나 결국 생존자가 없어 안타깝다"며 허탈해 했다.
金敎榮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