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년대 '씨네마쓰코프''총.천.연.색'이란 문구로 화려하게 열렸던 영화의 컬러시대. 새 천년을 맞아 '흑백'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강원도의 힘'의 홍상수감독은 신작 영화 '오! 수정'(제작 미라신 코리아)을 100% 흑백영화로 촬영하고 있다.
물론 최근까지도 영화속에 흑백장면이 종종 쓰이기는 했으나 완전 흑백영화는 지난 1970년 '무작정 상경'(제작 극동필름.감독 김기덕)이후 30년만에 처음이다.
홍감독은 "흑백화면은 관객이 주위 사물이나 환경에 방해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으며, 인물의 감정변화를 리얼하게 느낄 수 있어 흑백으로 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흑백필름은 불완전한 색에 미혹되지 않고 진실에 다가설 수 있는 미학적 의의가 있다. 기억나는 영화 중 흑백영화가 많은 것도 이 때문.
정보석 문성근 이은주 주연의 '오! 수정'은 현재 30% 촬영이 진행된 상태.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흑백 작업이 컬러 작업보다 훨씬 힘들다. 조명 세팅은 물론 배우들의 의상도 명도표를 비교해가면서 튀지 않게 신경을 쓰고 있다.
실제 촬영을 해 본 결과 각 사물의 미묘한 질감과 촉감의 차이까지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명세감독의 '인정사정 볼것 없다'도 흑백화면과 컬러를 절묘하게 배치해 영화의 맛을 극대화시켰다.
또 지난 95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마티유 카쇼비츠감독의 흑백영화 '증오'는 '어렵고 지루하고 복고적'이라는 흑백영화의 기존 관념에서 탈피한 젊은 감성을 엿볼 수 있었다.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일본영화 '사무라이 픽션'도 새로운 흑백영화. 제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베스트 오브 부천'에 선정된 '사무라이 픽션'은 흑백화면의 시대극이지만 미국 MTV 스타일과 유머로 젊은 세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흑백에 대한 흐름은 영화뿐 아니라 광고나 뮤직비디오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011 휴대폰 TTL은 순수하고 모호한 느낌을 흑백으로 전달해 n세대들의 시선을 모았다. 또 가수 진주의 노래 '가니'의 뮤직비디오도 탤런트 김지수의 우는 모습을 흑백화면에 담아 화제가 됐다. 인기 그룹 GOD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의 뮤직비디오도 흑백작품.
그러나 아직까지 영화에서 흑백은 '파격의 수단'이란 의미가 강하다. 컬러가 반세기 이상 지속되면서 관객들이 고감도 컬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
한국영화에 흑백의 시대가 올지, 아니면 일회성의 파격으로 끝날 지는 '오! 수정'이 개봉되는 오는 5월쯤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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