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씨 등 잇단 새 소설 출간

입력 2000-01-22 14:08:00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열어 보이는 작가들의 소설들이 잇따라 나왔다.

김홍신씨의 장편소설 '우리들의 건달신부'(시공사 펴냄)와 하성란씨의 소설집 '옆집 여자'(창작과 비평사), 정도상씨의 장편 '푸른 방'(한울) 등.

김홍신씨의 '우리들의 건달신부'는 가톨릭 성직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킨 장편이다. 주먹코에 영락없이 건달처럼 보일 정도로 괴짜인 박코(박호)신부를 주인공으로 천주교회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일란성 쌍둥이 신부, 보좌신부 노빼빼, 신부와 수녀의 자전거 경기, 혼배미사 소동, 루시아 수녀의 복수혈전 등 각 에피소드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엄숙한 성직자 사회의 일상의 뒷면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들여다보고 있다.

도시의 일상적인 삶을 세밀하게 묘사해내고 있는 하성란씨의 두번째 소설집 '옆집 여자'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도시인의 일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하씨는 이 소설에서 전업주부, 세일즈맨, 매장 감시요원, 횟집 주방장 등 평범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자기 정체성을 잃어가거나 도시문화의 중심에서 소외된 현대인들을 그려낸다.

표제작 '옆집 여자'는 은행원인 남편과 옆집의 매력적이고 발랄한 사무직 여성과의 관계로 인한 충격으로 기억력을 상실해가는 주부의 일상을 그린 단편소설. 업무 부진과 짝사랑하던 여자로부터 무시당한 자동차 세일즈맨의 좌절과 분노를 묘사한 '깃발', 감시 카메라가 비추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감시하는 상가직원의 일상에서의 탈출을 그린 '당신의 백미러', 부조리한 사회에 부딪혀 성장을 멈추거나 육체적으로 상해를 입는 '악몽' 등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정도상씨의 신작 장편 '푸른 방'은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분단현실과 중년부부의 동성애에 얽힌 애증관계를 그린 작품.

광부.간호보조원으로 각각 독일에 온 창윤.정순 부부는 반체제 활동으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다. 서로 상처를 보듬고 살아온 두 사람의 관계는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와 용공조작, 아내의 동성애로 인해 파경을 맞는다.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아온 정순에게는 마리아와의 동성애 관계가 과거 상처로부터의 놓여남, 자신의 존엄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반면 창윤에게는 이같은 파경이 모든 가치와 이상에 대한 부정으로 나타난다.

민족사와 개인사를 교차시킨 이 소설에서 작가는 강요된 역사의 상처와 개인의 그늘진 삶을 통해 분단의 비극과 부유하는 이방인의 삶의 현실을 조명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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