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학 신과학자-경북대 황석근 교수

입력 2000-01-21 14:06:00

"수학 만큼 계통성에 바탕을 둔 질서가 정연한 학문은 없다고 봅니다. 수학은 그래서 본질적인 속성이 자연과 우주의 원리와 같습니다"

수학을 '조화와 질서의 학문'이라고 규정한 경북대 사범대 수학교육과 황석근(黃石根·50) 교수는 20년간 조합적 행렬론 연구에 전념해 온 숨은 석학이다.

이 분야에 대한 오랜 연구로 모두 84편 가량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중 미국산업응용수학회(SIAM)에서 발간하는 세계 최고의 응용수학 저널 중의 하나인 사이멕스(SIMAX)를 포함, 저명 국제저널에 33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학문적 역량을 과시했다. 최근 3년간 내놓은 11편의 외국저널 논문이 모두 SCI에 게재될 정도다.

황 교수의 주요 연구분야인 조합적 행렬론은 조합론과 행렬론의 상생적 공생관계 속에서 성립하는 수학이다. 인사배치·학교 강의배정 등과 같이 한정된 수의 배열문제를 다루는 것이 조합수학이며, 이를 점과 선으로 구성된 그래프로 표현하고 대수적 방법을 동원해 행렬로 나타내는 것이 행렬론이다.

행렬론의 제반 문제는 조합론적 방법에 의해 간결하고 재치있게 해결되는 수가 많기 때문에 조합론과 행렬론은 상생적 공생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적 행렬론은 컴퓨터 과학이론과 암호학 등의 바탕이 될 뿐 아니라 현대 정보사회에서 더욱 중시되고 있는 학문분야로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조합적 행렬론이 크게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컴퓨터 과학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70년대 후반 무렵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 작성에 직접적인 방법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틀이 됐기 때문이죠".

황 교수는 조합적 행렬론은 그래서 복잡한 인사관리나 교통신호체계 개선·증권추이 분석은 물론 항공공학·반도체산업·유전공학·사회학·생태학에도 필요불가결한 기본 학문분야로 자리잡았다고 풀이한다.

더구나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산업, 즉 감성산업이 주류를 이룰 21세기에는 수학의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보고, 학생들의 창의력 개발을 위한 수학의 조기교육을 주창하기도 한다. 최근의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경시풍조를 개탄하는 그는 수학의 진가에 대한 망각현상이 국가 전체의 지적능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네스코가 뉴 밀레니엄의 원년인 2000년을 '세계 수학의 해'로 정한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수학을 백안시하면 국가 문화와 기술 발전에 치명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그는 올 7월 세계 80개국의 영재들이 참가하는 제41회 세계수학올림피아드의 출제위원장을 맡아 그의 국제적 권위를 거듭 확인했다.

황 교수는 지난해 10월 22일 대한수학회 학술상을 수상한 영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상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리과학 학회인 대한수학회가 수학의 학문적 발전에 뛰어난 공헌을 한 학자 1명에게 주어진다.

황 교수는 대구 대륜고 재학시절 부터 수학으로 대성할 것이라는 교사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경북대 사범대 수학교육과에 진학해 본격적인 수학 공부를 할 때도 100점 만점을 맞는 등 미리부터 천재적 재능을 인정 받았다.

지난 1985년 8월 미국 위스콘신메디슨(Wisconsin-Madison) 대학원 수학과 박사과정에 국비유학을 떠날 때 순수 수학분야에서는 전국 유일하게 선정된 사실도 주목할만 하다.

황 교수는 "수학은 학문의 시녀이자 제왕"이라고 평가한다. 수학이 다른 학문분야에 끊임없이 주는 서비스 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궁극을 추구하는 정체성이 뚜렷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지성적인 미(美)를 추구하는 학문"이란 표현을 자주 하는 그는 쉽고 명쾌한 강의로 제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누리고 있다. '공부가 취미'라고 할 만큼 학문적인 열정이 대단해 토·일요일에도 밤늦도록 연구실의 불이 꺼질줄 모른다.

"수학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 주변에 장면 장면 널려 있으면서 엄청난 효용을 제공한다"는 그는 앞으로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수학의 이같은 유용성과 아름다움을 발굴·정리해 체계화 할 계획이다.

"이제 남은 학문적 열정을 인간의 삶과 함께하는 수학의 문화적인 면모를 다듬고 지성인이 갖춰야 할 소양으로 대중화하는데 바칠 것입니다" 趙珦來기자

△경북 안강출생 △대륜고·경북대 사범대 수학교육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대학원 수학과 박사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위원회 위원 △IMO 2000(제41회 세계 수학 올림피아드) 조직위원회 위원 겸 출제위원장 △한국수학교육학회 회원△경북대 과학영재교육센터 소장 △한국영재교육학회 회원 △경북대 위상수학·기하학 연구센터 소장 △대한수학회 학술상 수상 △미국 베론(Baron)사의 인명사전에 새 세기 아시아의 리더 500인 중 한 사람으로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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