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대구 개인전 준비 재미화가 변종곤씨

입력 2000-01-19 14:19:00

"50대가 돼서야 이제 겨우 제자신이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가는 길의 문턱을 넘어섰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마추어의 허물을 벗었으니 지금쯤 대구 개인전을 열어도 되겠다 생각했지만 고향에서 개인전을 열 때가 가장 떨리는 것이 사실이죠"

우리들이 가진 고정관념의 허를 찌르는 독특한 오브제와 극사실주의적 작품을 통해 물질만능풍조 등 사회 현실을 비판해온 지역출신의 재미 화가 변종곤(52)씨가 17일 대구를 찾았다.

오는 4월5일부터 17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준비를 위해.

이번 전시는 지난 94년에 이어 대구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이지만 당시 전시가 전국 순회전의 한 부분 이었던만큼 이번이 고향에서의 첫 전시라는 생각으로 정성을 쏟고 있다.

"작품은 제 정신의 결집체 입니다. 대구출신의 한 작가가 미국 뉴욕이라는 전혀 다른 문화권으로 이주해서 어떻게 싸워왔는가에 대한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20여년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할렘에서의 생활을 거쳐 현재 브루클린 스튜디오에 자리잡기까지 만들어진 대표작들이 출품작들의 주류를 이룰 예정. 첼로.바이올린 등 오브제위에 극사실적 묘사를 한 작품, 불두(佛頭).십자가 등을 소재로 종교적 색채를 가미한 작품 등 근작도 함께 선보인다.

끊임없이 벼룩시장을 뒤지고 운동과 독서를 하며 건축가.패션디자이너.음악가들과 교류를 갖는 등 오로지 좋은 작품 제작을 위해 하루 24시간을 투자하는 변종곤씨. 때문에 그가 지역작가, 더 나아가 우리나라 미술인들에게 던지는 일침은 더욱 따갑게 느껴진다.

"자기를 깨는 사람이 예술가입니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 소득에 연연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예술가 자격이 없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가는 예술가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대가가 바로 그림가격입니다. 획일화된 교육, 작가들이 사회적 관계와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채 작품을 하는 한국 미술계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중앙대와 계명대 대학원, 디 아트 스튜던트 리그 오브 뉴욕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씨는 오는 2월 뉴욕에서, 6월에는 스위스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金嘉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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